[단독]"미쳐버릴 정도로 두려워요" 학폭위 처분에도 '괴롭힘'

투신 시도 다문화가정 A양, 재차 학교폭력 피해 호소
"죽고 싶게 하는 생각 떠올라"…심리상태 여전히 위태
가해 학생 측 '맞학폭' 신고…"알려진 내용들 사실과 달라"
교육지원청·학교 측, 잇단 논란에도 "입장 밝히지 않겠다"

다문화가정 A양의 학교폭력 피해 진술서. 독자 제공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어요. 미쳐버릴 정도로 두려웠어요. 나는 이 지옥, 괴롭힘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구나 생각했어요."

또래의 집단 괴롭힘 끝에 투신을 시도한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A양이 최근 재차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작성한 진술서 내용이다.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A양을 괴롭혔다는 신고가 접수돼 또다시 학폭위가 열릴 예정이다. 다만 가해 학생 측에서 "사실과 다르고 억울한 점들이 많다"며 이른바 '맞학폭' 신고를 해 양측이 함께 학폭위 심의를 받게 됐다.

"지옥 같은 괴롭힘…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어"

1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귀포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A양 측은 지난달 동급생 B군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B군은 지난해 11월 A양 투신 시도 사건의 가해 학생 중 한 명으로, A양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사실 등이 인정돼 지난 4월 학폭위에서 출석정지에 해당하는 6호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학폭위 처분 이후에도 B군의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게 A양 측 주장이다. 취재진이 입수한 지난달 27~28일 작성된 A양의 학교폭력 피해 진술서에는 A양이 지난달 학교에서 겪은 일과 당시 느낀 두려움, 위태로운 심리상태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A양은 지난달 초 6학년 학생들의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B군이 다른 학생에게 자신을 가리키며 "이렇게 생긴 애를 마음에 들어 했다고? 보는 눈이 낮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A양은 "그날은 B군이 저를 괴롭힌 일로 학폭 조사를 받는 날이었다"며 "대본에 저를 조롱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학예회에서 모두가 이 영화를 본다고 하니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미쳐 버릴 정도로 두려웠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체육시간에도 괴롭힘이 있었다고 했다. 플라잉디스크 경기 도중 B군이 A양을 무섭게 바라보며 팔을 흔들었고 교사가 중간에 제지했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A양은 "저를 죽고 싶게 하는 생각이 떠올라 무섭고 두려웠다"며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이 나왔고 선생님한테는 '배가 아파요'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적었다.

그 다음 날에는 컴퓨터실에서 독후감을 쓰고 있었는데 B군이 A양의 아이디로 로그인 해 비속어를 썼다고 했다. A양은 선생님을 통해 B군의 짓임을 알게 됐고, "아, 나는 이 지옥, 괴롭힘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구나 생각했다"고 적었다.

가해 학생 학부모와의 접촉으로 인한 갈등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학교 환경정화 활동에는 B군 어머니가 참여했다. 당시 A양과 지난해 A양의 투신을 막았던 학생이 함께 있었는데 이들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A양은 어머니에게 전화해 불안감을 호소했고 A양 어머니는 학교를 찾아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져 경찰이 출동했다.

재차 학폭 신고…가해 학생 측 "억울하다" 맞학폭 

결국 A양 측은 학폭위 처분이 있었음에도 괴롭힘이 멈추질 않는다며 지난달 B군을 다시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그런데 곧이어 B군 측도 A양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B군 학부모는 이날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알려진 내용 상당수가 사실과 달라 억울하다며 맞학폭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B군 학부모는 "A양은 과거 선생님에게 학교가 너무 좋다고 말할 정도로 아이들과 잘 지냈다. 우리도 A양에게 선물을 챙겨주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우리 아이가 A양을 놀리는 등 잘못한 부분이 있었고 그에 따른 처분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투신 시도를 비롯해 A양이 힘들어하는 데는 가정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우리 아이가 들었던 욕설 등도 증거로 갖고 있지만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 감수하자는 생각에 제출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을 수 없어 대응하게 됐다. 오히려 우리가 전학을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단체 채팅방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을 조롱하는 상황. 독자 제공

개별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은 "단순 대사를 읽은 것으로 당시 함께 있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정확한 맥락을 알 수 있다"고 했고, 체육시간 활동에 대해서는 "수비를 잘해서 생긴 일인데 어떤 물리적 접촉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실에서 조롱했다는 의혹에는 "놀리는 내용은 없었다고 했지만 실제 욕설을 했다면 확실히 혼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내가 A양과 접촉해 부적절한 말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오히려 아내가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A양과 마주치려고 한 적도 없다"며 부인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생 사생활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 교감도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앞서 4년 전 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한 A양은 수년간 또래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해 11월 학교에서 투신을 시도했다. 이후 투신 시도를 조롱하는 등 2차 가해가 이어졌고, 뒤늦게 학교폭력 조사가 이뤄져 학생 5명이 학폭위 처분을 받았다. 교육당국의 부실 대응 논란과 함께, A양 측 고소로 학교 전현직 교장·교감 등에 대한 서귀포경찰서의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