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간에 '사이버 공격 면허' 준다…21세기판 '사략선' 논란

트럼프, 외국 초국적 범죄조직 대상 민간 사이버 작전 허용
정부 직접 감독·통제…최소 100만달러 보증금
대응 역량 확대 기대 vs 국가 간 사이버전 확전 우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민간 사이버보안 업체에 초국적 범죄조직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미국인들을 위협하는 '초국적 범죄조직'을 상대로 민간 업체들이 사이버 공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SPM)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민간 업체들은 연방정부의 직접 통제와 감독을 받아야 하고, 최소 100만 달러(14억 2천만 원)의 보증금 또는 에스크로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범부처 국토안보 태스크포스의 국가조율센터산하에 설치되고, 법무부와 국토안보부에서 각각 1명씩의 책임자를 임명해 이를 감독할 예정이다.

외국 상대 사이버 공격 작전은 그간 대체로 정부 기관들이 직접 해온 점에 비춰 민간 업체 동원이 가능하게 한 이번 조치는 중대한 정책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 제도 도입을 찬성 쪽에서는 민간 사이버 전문가의 기술력을 국가안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서는 사이버 공격이 잘못되면 상대국 정부·기업·민간 인프라까지 건드릴 수 있고, 민간업체의 행동이 국가 간 충돌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또 민간업체의 오판으로 공격이 잘못된 경우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지, 나아가 그로 인해 상대 조직 또는 국가가 미국을 공격할 경우 그 책임을 어떻게 부과하고 대응할 지 등 수 많은 질문과 우려가 제기된다.  

블록체인 정보 기업 TRM 랩스의 애리 레드보드는 "이번 조치는 '사이버 사략면장'을 발급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민간 선박이 타국 선박을 상대로 해적 활동을 하도록 공인해줬던 '사략면장(私掠免狀·letter of marque)' 제도의 21세기 사이버 전쟁 버전이라는 지적이다.

사략면장은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상당수 유럽 국가가 시행했던 제도로, 국가가 민간 선박에 해상 교전권을 위임하는 허가장으로 사실상 해적을 국가가 묵인 또는 양성화한 조처였다.

사문화되기는 했지만 미국 헌법 제1조 제8항에 열거된 의회의 권한 중에는 'grant Letters of Marque and Reprisal'이라는 표현으로 사략면장 발급 권한이 명시돼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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