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 나는 인생, 비관 속에서도 우리는 버틴다

김영민 교수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편혜영 작가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

김영사 제공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

제목부터 선전포고에 가깝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공부란 무엇인가'를 따져온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이번에는 소설로 인간과 세상의 이상한 맛을 길어 올렸다.

김영민의 첫 소설집 '인생의 단맛을 보여주마'는 칼럼과 산문으로 독자를 만나온 저자가 처음 내놓은 소설집으로, 모두 12편이 실렸다.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비틀려 있다. 희대의 아부 전문가가 독재자와 맞서고, 내향인들은 외향인의 세계를 향해 조용한 선언문을 띄운다. K국은 노벨문학상에 국운을 걸고, 누군가는 사라진 혁명가 장길산을 찾는 전단을 뿌린다. 또 다른 누군가는 '머리 감겨주실 분'을 구한다.

저자의 소설은 현실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현실이 이미 충분히 이상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밀어붙인다. 인물들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서 미끄러지고, 웃기는 말들은 어느 순간 삶의 비감으로 방향을 튼다.

책의 힘은 문장에 있다. "인생의 숙제가 회전초밥처럼 밀려올 것"이라는 말, "칭찬은 정신적 뇌물"이라는 식의 문장들이 페이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농담처럼 시작한 문장은 대개 인간을 향한 질문으로 끝난다.

김영민식 유머와 사유가 소설의 힘을 빌어 쓴맛을 끝까지 본 사람만이 겨우 알아차릴 수 있는 단맛을 발견하게 한다.

김영민 지음 | 김영사


문학동네 제공

약한 것들은 흩어지지 않는다. 하늘을 나는 철새처럼 무리를 이루고, 서로의 날갯짓에 기대며 겨우 다음 방향으로 간다. 편혜영의 새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은 그렇게 취약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익히는 관계의 감각을 따라간다.

편혜영의 이번 소설집은 '어쩌면 스무 번' 이후 5년 만의 신작 소설집으로, 2022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 '포도밭 묘지'를 포함해 모두 8편이 실렸다.

그동안 편혜영 소설의 주요 정조가 서스펜스와 불안, 일상의 균열이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 긴장 위로 애틋함과 유머, 느린 온기가 스며든다. 작가는 막다른 길에 선 사람들을 여전히 냉정하게 바라보지만, 그들이 끝내 포기하지 않는 작은 희망까지 놓치지 않는다.

첫 단편 '우리가 가는 곳'에는 자발적 실종을 도와주는 '실종 대행업자'가 등장한다. 삶에서 사라지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고 믿는 여자가 그의 사무실을 찾아오고, 두 사람은 기묘한 동행을 시작한다.

표제작 '새들의 사회성'은 경찰서에서 다시 만난 고등학교 동창 두 사람의 이야기다. 인턴으로 버티는 '나'는 현금인출기 앞에서 지갑 속 돈 3만 원을 훔쳤다가 신고당한다. 그런데 신고자는 오랜 동창이고, 그는 지갑에 100만 원이 있었다고 말한다. 피의자와 피해자로 만난 두 사람은 빚과 기억으로 묶인 채 함께 움직이게 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 어리고, 가난하고, 불안정하다. 그렇다고 이 책은 삶을 어둡게만 밀어붙이지 않는다. 편혜영은 이번 소설집에서 비관의 끝에서만 보이는 희미한 낙관을 붙든다.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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