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 논란에 '물량'과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해법을 내놨다. 신규 공공택지 10만호를 포함해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하고, 기존 공공택지는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여 8만9천호의 착공을 1~2년 이상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3만호+α 가운데 2030년까지 추가 착공이 확정적으로 잡힌 물량은 현재 12만호+α다. 신규택지의 착공 규모는 지구지정 이후에야 구체화되고, 법 개정과 보상·주민 반발, 서울시와의 그린벨트·용산 공급 협의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은 '얼마나 많이 발표했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실제로 짓느냐'에서 평가가 갈릴 전망이다.
정부가 13일 공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정책 목표는 공급 시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가용한 공급 역량을 총동원해 앞서 발표한 9·7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있다. 수도권에 23만호+α를 추가 공급하는 동시에 공급된 주택이 내 집 마련과 안정적인 임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고 '주거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68개월→37개월'…물량 부족에 '속도'로 답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공공택지에 적용할 '최단기 착공 모델'이다.
정부는 주택시장 수급 불균형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를 '공급 시차'로 진단했다. 주택 수요는 금리와 소득 등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공공택지는 후보지 발표부터 준공까지 약 8년, 재개발·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약 13년이 걸린다. 수요 변화에 공급이 제때 따라가지 못하면서 집값 불안이 반복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인허가와 보상, 부지 조성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방식을 바꿔 가능한 절차는 동시에 진행하거나 앞당긴다. 환경·재해영향 검토와 각종 위원회 심의를 병행하고 지구계획 관련 용역과 관계기관 협의를 조기에 시작한다.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보상도 기본조사와 감정평가 등을 앞당겨 진행하고, 부지 조성 과정에서도 주요 공정을 병행한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기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31개월 단축한다. 정부는 이 모델을 기존 사업지구에도 적용해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8만9천호의 착공 시기를 당초보다 1~2년 이상 앞당길 계획이다.
다만 37개월이라는 목표에는 전제가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을 담은 공공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택지는 약 7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 주민 반발과 토지 보상 역시 정부가 행정절차 단축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23만호+α라지만…2030년 추가 착공은 12만호+α
정부가 이번 대책의 총체적인 공급 효과로 제시한 '23만호+α'와 현 정부 임기 내 실제 추가 착공 물량인 '12만호+α'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23만호+α는 신규 공공택지와 기존 택지 추가 공급, 민간 공급 활성화 등을 모두 합친 이번 대책의 전체 추가 공급 규모다. 반면 현 정부 임기 내인 2030년까지 실제 추가 착공 물량으로 잡힌 것은 현재 12만호+α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에 저희가 추가 공급하는 물량은 23만호 플러스알파"라며 "2030년 이전 착공을 따로 빼낼 경우에는 약 12만호 정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2만호+α의 추가 착공 물량은 공공과 민간 부문의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마련했다.
먼저 공공택지에서는 약 5만7천호+α가 2030년까지 추가 착공된다. 최단기 착공 모델을 통해 당초 2031년 이후로 예정됐던 4만 1천호를 2030년 이전으로 앞당기고, 상가 공실 등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해 약 1만 5천호를 추가한다.
민간 부문에서는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5만 9천호+α의 추가 착공을 유도한다. 앵커리츠를 통한 브릿지론 지원으로 1만호, 빌라·오피스텔 등 일반주택 공급 생태계 정상화를 통해 4만5천호 등의 착공을 추가로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도심복합사업 확대와 소규모 정비사업 지원을 통해서도 약 5천호의 추가 착공 물량을 확보한다.
반면 이번 대책의 핵심인 신규 공공택지 10만호+α 가운데 2030년 이전 착공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남양주 도심과 광주역세권2, 서울 염창동 등 2만7천호의 후보지를 우선 공개했고 나머지도 연내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총 10만 3천호 규모 후보지는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쳤지만 실제 착공 물량은 지구지정 등 사업 절차를 거쳐 구체화된다.
김 장관은 신규 입지의 2030년 이전 착공 물량에 대해 "지구지정 단계에서 정확한 호수는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현재로선 23만호 추가 공급에다가 확정된 30년 이전 착공은 12만호"라고 설명했다. 신규택지 사업이 계획대로 속도를 낸다면 2030년 추가 착공 물량은 12만호+α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도별 착공 목표 제시…2027년 공급 공백도 메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2030년까지 연도별 수도권 착공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연도별 수도권 주택 착공 예정 물량은 △2026년 26만 8천호 △2027년 24만 9천호 △2028년 26만 2천호 △2029년 26만 3천호 △2030년 34만 3천호다.특히 착공 예정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2027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33조원을 집중 공급해 민간 사업장의 착공을 지원한다.
공공분양도 2027년 2만 7천호를 공급한다. 최근 5년 평균인 1만 2600호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는 앞서 9·7 대책에서 제시한 수도권 135만호 착공 목표에 이번 대책으로 추가되는 12만호+α를 더해 2030년까지 총 147만호+α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장기적인 공급 목표뿐 아니라 연도별 착공 물량을 따로 제시한 것은 당장 몇 년 뒤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먼 미래의 공급 계획만으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수용 어렵다"…용산 1만호도 이견
정부의 공급 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지방정부와의 협의도 변수다. 특히 서울시는 정부 대책 발표 직후 그린벨트를 활용한 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대책이 마련·발표됐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는 원칙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녹지를 훼손하기보다 직장과 교통·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실효적인 공급 방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기준과 시공사 선정 절차 등을 개선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 등 사업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추가 규제 개선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2028년 말 착공을 추진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두고도 이견이 남아 있다. 정부는 당초 6천호인 주택 공급 규모를 1만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공급 규모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택을 1만호로 늘리면 기반시설 계획 등을 다시 손봐야 해 착공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의 원활한 추진 필요성을 인정하고 서울시가 지속해 제안해온 제도개선 과제를 일부 수용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녹지 훼손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공급 의지는 평가…실행 가능성·집값 안정엔 신중
정부가 강조하는 것도 결국 '실행'이다. 김 장관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대책을 준비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집 못 지어서 미쳤나 이런 생각을 사람들이 할 수 있어야 돼", "마른 수건 짜듯이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실제 국토부 차원에선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서 영끌해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공급 부족에 대응해 가용 수단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내세운 속도대로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단기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공급 수단인 비아파트 및 비주택 용지의 주택 전환 등을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공택지 토지보상 문제 등 현실적인 난제가 많아 시장에서 목표치만큼 빠르게 속도를 내기에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수도권 23만호 이상 공급 목표와 공공택지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착공과 실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의 협의와 주민 반대, 토지보상 등 넘어야 할 변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급 의지와 절차 단축, 부지 확보 모색 노력이 엿보이고 시장의 요구를 인지하고 반영한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의 대대적인 기대를 완전히 충족했다기보다 정부의 지속적인 공급 촉진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며 집값 안정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급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청년 세입자 단체인 민달팽이유니온 서동규 위원장은 "공급 확대의 방식이 실수요 세입자, 청년 등을 위한 공공임대가 아닌 규제 완화에 편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동의율 완화와 다가구주택 층수 규제 완화가 세입자 내몰림이나 전세사기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총리 주재 '범정부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를 통해 대책 이행 상황을 매주 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을 계속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정부가 내세운 '23만호+α'라는 숫자보다 계획한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