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행적이 드러나며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가 수십년간 안양 지역사에선 '항일 민족의식이 강한 인물'로 평가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용은 안양시 공식 역사책에 수록돼 지역 곳곳에 배포된 상태로, 논란을 인지한 안양시도 비상이 걸렸다.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상호와 안정호는 그동안 안양시에서 비중있는 인물로 다뤄져왔다.
지난해 12월 안양문화원이 발간한 '안양시사'에는 안상호를 서울에서 태어나 안양 구시장과 남부시장 일대에 많은 토지를 소유했던 당시 안양지역 최대 지주로 소개했다.
그의 둘째이자 장남인 안정호에 대해서는 부친에 이어 지역 대지주로 자리 잡았으며, 해방 이후 약 12만평의 토지와 현금 등을 기부해 관내 중·고등학교 설립을 비롯해 지역 교육·사회사업에 기여한 인물로 다뤘다. 안정호는 배우 하영의 큰할아버지다.
특히 안양시사는 안상호에 대해 "항일 민족의식이 강해 1915년 일본인 의사 단체인 경성의사회가 조선총독부 경무국 위생과를 좌지우지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오긍선 등과 함께 한성의사회를 결성하여 맞섰다", "(고종 진료 관련) 고종이 승하하자 일본인의 사주를 받아 독약을 올렸다는 무고로 곤욕을 치렀다"고 소개했다.
아들 안정호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시사는 그를 "(안양 지역 내) 중등학교 설립을 위해 기꺼이 사재를 털었던 이"로 꼽으며 "한국의 근대 의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특히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한 인물로 평가했다.
안정호가 "어떤 의도와 배경으로 안양중 설립에 나섰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해당 중학교의 설립취의를 인용해 "신생 독립국으로서 일제강점기 고난을 극복하고 산업을 진흥하여 신생 독립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젊은 인재를 길러낸야 한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양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공익법인단체로, 시로부터 위탁받아 2021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안양시사 편찬사업'을 수행했다. 2008년 처음 발간된 안양시사를 잇는 17년만의 개정판에 해당한다.
안양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지역사를 집대성한 시사는 총 15권으로 발간됐으며, 500부가 제작돼 관내 학교와 행정복지센터, 구청, 도서관 등 주요 기관에 배포된 상태다.
안양시 측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시에서도 당황스러운 입장"이라며 "논란을 인지해 현재 자료를 수집하며 확인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다만 안상호와 안정호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이번 시사 편찬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 부분이 2008년 발간된 기존 시사의 인물 서술을 반복 인용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8년 '시흥군지' 등 과거 지역사를 기록한 사료에서도 '항일 민족 의식' 등 유사한 평가가 확인된다.
시 관계자는 "안상호와 안정호가 그동안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아니었고, 학계에서도 특별히 업데이트된 내용이 없다보니 기존 자료를 다시 인용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며 "사업 자체가 작년에 끝나 위원회가 없어진 상태라 집필 위원 등 확인에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촉발한 배우 하영은 12일 자필 편지로 사과했다.
하영은 "그동안 저는 가족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며 독립유공자분들과 우리나라의 광복과 안녕에 힘써 주신 모든 분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