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북극항로 첫 시범운항을 앞두고 뒤늦게 지원 업무협약을 추진해 '뒷북 행정'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부산시의회에서는 여야를 넘어 북극항로 정책에 힘을 싣는 장면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재명 정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 전재수 부산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북극항로 정책을 뒷받침할 조례 제정에 직접 나선 것이다. 다만 조례가 시행되기 전에 첫 시범운항 선박이 출항할 예정이어서 정작 눈앞에 닥친 첫 운항에는 조례를 통한 지원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힘 원내대표가 꺼낸 '북극항로 지원 조례'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소속 박종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오후 시의회 중회의실에서 '부산광역시 북극항로 거점도시 조성 및 연관산업 육성 조례' 제정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6월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데 맞춰 부산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실제로 이날 세미나에는 국민의힘 소속 박 원내대표와 송상조 부산시의회 제1부의장, 김재운 운영위원장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남명숙 해양도시안전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상현 의원도 참석했다. 부산시에서는 정경원 정무특별보좌관과 하소형 해운항만과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산업계와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북극항로 첫 시범운항 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의 변정우 이사와 강대준 상무를 비롯해 HJ중공업 김보언 상무, 황재혁 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 허윤수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문 동아대 교수, 홍의종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위원회에서 진흥센터까지…북극항로 '판' 만든다
박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할 예정인 조례안은 단순히 부산을 '북극항로 거점도시'로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조직과 지원 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우선 해운·항만·물류와 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 해양금융·보험, 항만기술·서비스 등을 부산 특화 연관산업으로 규정한다. 부산시장은 북극항로 연관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세우고 연도별 시행계획도 마련하도록 했다.
조례안 제6조에는 주요 북극항로 정책을 심의하고 자문하는 '부산광역시 북극항로진흥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는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변경, 연관산업 육성·발전, 광역·국제협력 등을 심의한다. 위원장은 미래혁신부시장이 맡고 시 공무원과 시의회 추천 인사, 관련 기업·기관 관계자와 전문가 등 2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다.
제15조에는 정책을 현장에서 뒷받침할 '부산광역시 북극항로 진흥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진흥센터는 북극항로 연관산업 조사·연구와 기술·행정 지원, 연구개발과 창업기업 지원, 전문인력 양성, 국제협력 지원 등을 맡도록 했다.
여기에 기업 유치와 창업 지원, 북극항로 인프라 구축과 물류체계 개선은 물론 울산·경남과 공동 투자와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광역협력 근거도 마련했다.
박 원내대표는 "북극항로는 단순히 새로운 항로가 열리는 문제가 아니라 부산의 항만과 해운·물류, 조선·기자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며 "선언적인 조례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례엔 '시범운항 지원'…정작 '첫 배'에는 못 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조례안에는 최근 부산시의 '뒷북 행정' 논란과 맞닿아 있는 내용도 담겼다.조례안 제10조는 북극항로 사업자에게 예산 범위에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원 대상에는 '시범운항과 북극항로 화물 유치에 관한 비용'이 가장 먼저 명시돼 있다. 극지운항 선박·기자재의 건조·개발·인증과 운항 위험관리, 친환경 연료 공급 등에 드는 비용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번 조례 역시 첫 시범운항을 지원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점이다. 조례안은 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고 부칙에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조례안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열리는 부산시의회 제 339회 임시회에서 심의될 예정이어서 오는 22일 출항하는 팬스타의 첫 시범운항에는 이 조례를 근거로 비용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례가 첫 운항보다는 후속 시범운항과 향후 상업운항을 대비한 제도적 기반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뒷북' 오명 넘어 여야 협치 성과로 이어질까
결국 부산 북극항로 정책에서는 상반된 두 장면이 교차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첫 시범운항이 눈앞에 닥친 뒤에야 부산시가 업무협약과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는 늑장 행정 비판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시의회가 민주당 소속 전재수 시장의 핵심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민주당 시의원들까지 힘을 보태는 협치가 시작됐다.특히 조례가 시행되면 부산시는 북극항로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책을 심의하고, 진흥센터를 통해 조사·연구와 기업·산업 지원을 수행하는 제도적 틀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시범운항과 화물 유치, 관련 기업과 인프라 지원에 부산시 예산을 투입할 근거도 마련된다.
첫 배를 띄우는 과정에서는 한발 늦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지만, 북극항로라는 지역 현안을 놓고 여야와 부산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번 협치가 조례 제정에 그치지 않고 후속 시범운항 지원과 예산 확보, 관련 기업 유치 등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가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