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중증 자폐 아들을 홀로 돌봐온 시한부 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안녕, 피터팬'을 쓴 전경철 작가의 삶이다.
전경철 작가는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제 아들이 잘생기고 건장한 청년이지만, 의학계에서 진단한 정신 연령이 2.3세"라며 "지난 27년 생활은 두 살 신생아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고 털어놨다.
과거 IT 사업을 운영했던 그는 힘든 시기를 겪던 중 6대 장손인 아들을 얻으면서 사업이 잘 풀리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 작가는 "첫돌부터 보통의 아이들과 달랐다. 대화하지 않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며 "그때부터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1년간 검사받았고 결국 자폐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연이 있지만, 눈을 떠보니 나홀로 아빠가 돼 있더라"며 "그때 아들의 나이 7살이었고, 제 나이가 마흔이었다"고 떠올렸다.
자폐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시기였던 만큼 직접 아들의 증상을 공부하며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누가 (아들의 증상을) '피터팬 신드롬'이라고 표현하더라"며 "기분이 좋아져 오랜 세월 (동화 속) 피터팬, 피터팬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이후 자신의 저서 제목에도 담겼다.
돌보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비만이었다. 전 작가는 "지금은 아들이 90kg 정도 유지하고 있는데 20살이 될 때 쯤 160kg이 됐다"며 "전쟁이었다. 냉장고 문에 쇠사슬을 채우기도 했다. 먹을 것을 달라는 아들의 손톱으로 인해 팔뚝에 상처가 계속 났었다"고 말했다.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전 작가는 1년에 걸쳐 아들의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어머니가 뇌경색과 치매를 앓게 되면서 3년 동안 아들과 함께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전 작가의 어머니는 투병 끝에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전 작가는 "어머니가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신 뒤 두 달 뒤에 병원에 가니 담당 의사가 6개월 남았으니 당장 치료하자고 했다"며 "이상하게도 치료하지 않겠다고 나도 모르게 답했다. '27년간 중증 자폐 아들을 키워왔으니 쉬고 싶다'고 얘기하고 있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아들이 지낼 곳을 찾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설 1천 곳을 찾았지만, 중증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을 받아준 곳은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치료를 이어가야 했던 전 작가는 자신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진 뒤에야 아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찾게 됐다. 후원과 응원도 이어졌단다.
전 작가는 "너무 낯설고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마치 새벽하늘에 쏟아진 '별똥별의 습격' 같았다"며 "우리나라 역사상 자발적인 후원금 가운데 가장 많다고 하더라. 모두가 절 외면한 줄 알았는데 놀랍도록 따뜻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전 작가는 아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전 작가는 "아빠라는 존재는 깨끗이 잊고 네 행복만을 위해 살아가라고 하고 싶은데 솔직한 심정은 아니"라며 "그저 희미하게 나이가 아주 많은, 갑자기 늙어버린 남자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를 바라보면 따뜻했고 맛있는 것을 많이 차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떠올리면 문득 그리운 사람이다 이정도로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