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격' 中반도체…"韓, 전략적 투자로 더 빠르게 내달려야"

'삼전닉스' 메모리 시장 지배력 굳건하지만
시장서는 中 반도체 기업 추격 속도 '부각'
美 견제에도 中 정부 대폭 지원에 기술자립
당장 국내 업계 영향은 제한적이지만…"투자 집중 시기" 조언

연합뉴스

메모리 초호황기를 맞아 '삼전닉스'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부각되는 가운데, 또 한편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덩치를 빠르게 키우는 모양새다.
 
칩 품귀 현상이 심화될수록 수요자들은 대안을 찾게 되고, 이를 동력으로 해당 기업들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다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여전히 한국 주요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틈새시장 공략으로 덩치 키운 中 반도체 기업

중국 메모리 기업들은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러지(CXMT)는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분기에 3%였던 CXMT의 글로벌 디램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올해 1분기 8%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38%),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22%)과의 격차는 여전하지만 불과 3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CXMT와 중국 양대 메모리 기업으로 꼽히는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는 같은 업체 조사 결과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4%의 점유율로 일본 키옥시아를 근소한 차이로 처음 제쳤다. 삼성전자(25%), SK하이닉스(22%·솔리다임 포함)에 이은 첫 3위 진입이다. 다만 매출 기준으로는 YMTC 점유율은 5위로 집계됐다.
 
이들 중국 기업의 성장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두 제조사들이 AI(인공지능)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그 반작용으로 일반 PC 등에 쓰이는 DDR4 등 범용 디램의 공급 부족 현상도 심화됐는데, CXMT의 경우 해당 수요를 소화하며 몸집을 키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YMTC의 낸드 출하량에 비해 매출 점유율이 떨어지는 데 대해서도 "제품 구성이 여전히 소비자용 제품에 집중돼 있고, 가격이 높은 데이터센터용 eSSD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中 정부 전폭 지원에 기술 속도 올리고 생산 능력도 공격적 확장

연합뉴스

중국 기업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메모리 기술 고도화와 생산 능력 확대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CXMT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버용으로 쓰이는 고성능 DDR5와 모바일용 LPDDR5X 제품 양산에 들어갔으며, 생산 비중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DDR5의 경우 생산 수율이 90%를 넘어섰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이 기업은 HBM 시장 진출까지 시도 중으로, 일단 4세대 제품인 HBM3 양산을 목표로 화웨이 등과 기술 검증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허페이와 베이징,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생산시설도 늘리고 있는데, 최근 기업 공개(IPO)를 통해 최대 666억 1천만 위안(약 14조 원)을 조달함으로써 이 같은 투자 드라이브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실적 흑자 전환과 고객사 확대 흐름도 글로벌 업계의 주목 포인트다. 해당 기업은 지난해 19억 위안 수준의 순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순이익이 248억 위안으로 '점프'했다. 올해 중반부터는 HP와 에이수스, 에이서 등 글로벌 PC업체들에 D램을 일부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근에는 미국 빅테크 애플도 일부 제품에 CXMT 메모리를 탑재하기 위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도 나왔다. 화웨이, 샤오미 등 자국 기업 중심이었던 CXMT의 주요 고객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차단하는 등 대중 제재 강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질주하는 배경에는 강력한 정부 지원이 작용하고 있다. 대외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입해왔다.

이때부터 중앙정부와 국책은행 주도로 조성한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2024년 발표된 3기 기금까지 모두 합쳐 6800억 위안이 넘는다. 해당 기금은 제조 시설 건설이나 연구개발(R&D)의 마중물로 활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정부 지원에 힘입어 실적과 관계없이 과감하게 투자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도 기술 격차는 크지만…전문가들 "'삼전닉스', 집중 투자 동력 삼아 격차 더 벌려야"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이 이처럼 거세지만, '삼전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당분간은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CXMT는 현재 17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급 공정에서 DDR5를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나노급 미세 공정에서 DDR5를 양산 중이어서 성능 차이가 크다. HBM도 중국은 4세대 HBM3 제품을 개발 중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세대 HBM4 제품을 고객사에 납품 중이며 7세대 HBM4E까지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
 
다만 이 같은 격차는 중국이 수년 내에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한국 기업들이 계속 앞서나가기 위해 전략적 투자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조언도 나온다. 반도체공학회 부회장인 유재희 홍익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메모리 기술은 물론이고, 가격 경쟁력도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중국 제품 대비 한국 제품의 가격이 너무 비쌀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격차가 부담이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중국을 견제 중인 미국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도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의 메모리 기술이 한국보다 길게는 약 5년가량 뒤쳐져 있다고 보면서 "현재보다 기술력 격차를 더 벌리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무는 "중국은 정부 지원으로 생산 원가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 이상으로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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