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상' 무궁화호 사고…작업 관리·안전통제 총체적 허점

지난해 8월,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노동자 2명 숨지고 5명 다쳐
항철위 "근처 운행하던 화물열차 소음에 사고 열차 경적음 덮여…이동 경로 잘못 정해져"
국토부·코레일·철도공단에 각각 안전대책 마련토록 권고

연합뉴스

지난해 경부선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사고의 배경에는 이동 경로를 잘못 정하고,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등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지난해 8월 19일 오전 10시 49분쯤 경부선 남성현역과 청도역 사이에서 발생했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무궁화호 열차와 노동자 간 사고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제1903호 무궁화호 열차는 남성현역을 통과한 뒤 시속 약 106km의 속도로 청도역을 향해 운행하다 작업 중이던 노동자 7명을 치었다.

사고 당시 용역사와 코레일 관계자 7명은 경부선 남성현역과 청도역 사이 하선 구간에서 사면점검 작업을 위해 선로변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사망 2명, 중상 4명, 경상 1명 등 노동자 7명 모두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참고기사:경부선 작업자 7명 열차에 치여 2명 사망…정부 "원인 조사 착수")

당시 열차 기관사는 노동자들을 발견한 뒤 비상제동을 작동했지만 제동거리가 부족해 충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항철위가 재연시험과 소음 측정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인접 선로를 운행하던 상행 화물열차의 소음은 88.5dB로 사고 열차의 경적음 77.8dB보다 더 컸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경적음을 알아듣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항철위는 현장조사와 재연시험 등을 종합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크게 △부적정하게 이동 경로를 정해 열차를 등진 채 이동하면서 뒤에서 접근하는 열차를 알아차리지 못한 점과 △선로 위험지역에 들어간 뒤에도 즉시 작업을 중단하거나 대피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업 관리와 안전 통제 체계에 여러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 협의서와 점검표에 이동 경로가 빠져 있었고, 용역 감독자 지정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열차감시원에는 자격이 없는 인력을 투입한 데다 적정하게 배치하지도 않았다.

또 열차 운행 정보도 작업하던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작업 종류를 결정하는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전반적인 작업 관리·안전 통제 체계가 취약해 사고를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대구본부 시설처가 사업계획을 검토·승인하면서 관리·검증과 감독 기능이 미흡했다. 용역사가 작업계획을 수립·실행하는 단계에서도 관계자들의 직무 수행과 현장 안전관리, 작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항철위는 이번 사고를 중대한 인명피해 사고로 보고,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에 각각 3건씩 총 9건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국토부에는 '열차 운행선로 인접 작업 안전대책'을 다시 점검해 재수립·추진하도록 했다. 철도운행안전관리자가 독립적으로 안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방안과 작업책임자의 자격요건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코레일에는 작업계획을 협의할 때 이동 경로를 도식화하고 실시간 열차 운행 정보를 무선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위험성 평가를 강화하고 통상적인 상례작업의 승인을 제한하는 한편 열차감시원의 자격과 교육도 강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대피공간과 출입문을 추가로 설치하고, 신체 감응형 경보장치를 착용하는 등 안전설비를 확충하도록 권고했다.

국가철도공단에는 선로 위험지역 바깥의 이동통로와 대피공간을 전수조사해 확충하도록 했다. 주요 시설물 주변에 선로 출입문을 추가로 설치하고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장 출입문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항철위는 권고사항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또 2015년 이후 열차에 치인 노동자 사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달하는 등 위험한 작업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관리체계를 강화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조사보고서 전문은 오는 14일 오전 11시 항철위 누리집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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