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또 이렇게 수정안을 만지작 거린다는 소리가 들리자 이번에는 '누더기' 라거나 '실거주 후퇴' 등의 지적이 나온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처음에는 야당과 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당 내부에서도 '비거주'를 너무 죄악시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갖고 세제 개편안에 대한 당내 의견수렴에도 나섰다.
여당 의원들은 13일 의총에서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가 50조 이상인데 부동산증세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묻기도 했고 증세로 얻을 이익보다 정치적 손실이 더 많다고도 했다. 물론 조세정의 차원에서 부동산 증세는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당연히 나왔다고 한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발표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고 지적했고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 세법 개정안이 제출되면 수정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정부는 입법예고기간인 오는 20일까지 전문가를 포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1일에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아주 복잡한 고차방정식이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 할 수 있는 '조자룡의 청강검' 같은 정책이나 한두번의 조치로는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섬세하게 환부를 골라내는 핀셋과 정교한 메스질이 합력해야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수술전에 CT나 MRI를 찍었더라도 환부를 째기 시작한 뒤에는 이런 영상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문제부위가 드러날 수도 있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생겨날 수도 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주인공이 한 대사가 떠오른다. "의사가 환자를 무서워하면 치료할 수 없고 선생이 학생을 두려워하면 가르칠 수 없다"라는 말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들리기도 하고 또 불만을 가진 쪽에서 비판을 내놓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에 정부당국이 비판의 소음에만 둘러싸여 그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나 의지까지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세제개편에서 추구하는 것은 실제로 살지 않거나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는 경우에 대한 과세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말 이런 목적만 있는 것인지 겉으로 표방하는 것 외에 이면에 다른 목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평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실거주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덕지덕지 기운 누더기'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실망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몸에 맞지 않는 옷 보다는 덕지덕지 기운 누더기라도 잘 맞는 옷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 맞는 옷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더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번 만들었으니 나는 손을 댈 생각이 없다고 버티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기우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본다.
자녀의 교육을 위한 일시 비거주나 부모 봉양을 위한 일시 비거주 등 사람들 마다 비거주 사유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손주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본인이 가진 집에서 나와 자녀의 집이나 자녀 집 근처로 전월세를 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렇게 투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생활의 필요에 따른 비거주의 경우라면 이를 세밀히 살피고 그 기간에 대한 것도 3년이라거나 5년이라고 한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원칙을 훼손했다'거나 '후퇴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올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상황에 맞추고 현장의 목소리에 감응해 바로바로 보완책을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본다. 비판을 하기는 쉽지만 구멍 뚫린 곳을 '기우는 일'은 이 보다는 훨씬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