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한두 번의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꾸준한 발걸음 위에서 자라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4일 경기 파주시 DMZ생태관광지원센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2026 통일걷기' 해단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12박 13일 동안 DMZ 350㎞를 완주한 참가자들을 축하하고 존경한다"며 "한반도의 허리를 함께 걸으며 단지 길을 완주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향한 우리의 의지와 희망을 이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남북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며 "그럴수록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다시 대화의 문을 열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넓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통일걷기가 시민들에게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전통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연인원 594명 동참…25명 고성서 임진각까지 전 일정 완주
올해로 10회를 맞은 통일걷기는 지난 2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이날 파주 임진각에 도착하는 12박 13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고성에서 파주까지 약 350㎞에 이르는 여정을 이어가며 전쟁과 분단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접경지역을 직접 마주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현실을 돌아봤다.
올해 구간별 참가자는 연인원 59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5명이 전체 일정을 소화해 완주증을 받았다.
통일걷기는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평화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약해질수록 시민이 분단 현장을 직접 걸으며 평화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2017년 시작됐다. 올해까지 10차례 행사를 거치며 쌓인 참가자는 모두 5576명이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대화와 긴장, 기대와 좌절을 반복했다. 통일걷기는 정세의 변화와 관계없이 시민이 평화를 향한 실천을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를 지켜왔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지역 주민들도 해마다 구간별로 합류했다. 올해 행사에는 금융노조 통일위원회 소속 조합원 15명도 금융노조위원장과 함께 참여했다.
"왜 바라만 보고 만나지 못하나"…분단 현장서 전한 소망
시민 참가자들은 접경지역을 직접 걸으며 느낀 소회와 완주를 앞둔 심정을 전했다.
김담씨는 "접경지역을 걸으며 우리는 왜 서로 바라만 보고 만나지 못하는지 생각했다"며 "좀 더 가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통일걷기를 "자꾸 멀어지는 것들을 향해 내 걸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통일걷기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고 평화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체 일정을 소화한 60대 황춘길씨는 이날 완주를 앞두고 율곡습지공원에서 "처음에는 전 과정을 다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오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황씨는 긴 여정 동안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한 참가자들과 건강·안전을 살핀 의료진, 진행요원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인영 "서로의 차이 인정·존중하며 공존하는 새로운 통일로"
통일걷기를 10년간 이끌어 온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해단식에서 완전한 일치만을 전제로 한 기존 인식을 넘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새로운 통일상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우리에게 통일은 그동안 완전한 일치라는 의미로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며 "앞으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통일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과 지방정부의 참여 확대도 요청했다. 그는 "평화의 시간과 통일의 미래가 온전히 청년들의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며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 지방정부가 주민들을 평화의 길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 이 길을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평화는 더욱 단단해지고 통일의 시간은 더 빨리, 더 가까이 우리 곁으로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참가자들의 노력과 시민 참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국회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남중 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평화와 통일은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전될 수 있다며 통일걷기가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지난 10년간 이어온 평화의 발걸음, 다음 세대로
최종윤 사단법인 통일걷기 이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행사에 참여한 시민과 자원봉사자, 실무자, 후원기관 등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 이사장은 통일걷기의 지난 10년을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온 평화행동으로 평가하며, 앞으로도 평화에서 통일로 이어지는 길을 시민들과 걸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의원도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통일걷기의 손과 발이 돼 준 수많은 실무자가 없었다면 열 번째 행사까지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행사에 힘을 보탠 이들의 헌신을 평가했다.
올해 행사는 국회의원 95명이 공동주최하고 사단법인 통일걷기와 CBS가 공동주관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군부대, 의료진, 문화예술인 등도 안전한 진행을 위해 힘을 보탰다.
해단식에서는 전체 일정을 소화한 완주자 25명에게 완주증을 수여했다.
참가자들은 시민합창단과 함께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를 부르며 분단의 현실과 평화를 향한 염원을 되새겼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올해 일정과 지난 10년의 발걸음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