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 이어 '봉화男' 떴다…사비털어 뉴욕에 '봉화사과' 띄운 27살 공무원

봉화군의 농특산물 홍보 캐릭터 '봉숭이'(왼쪽). 봉숭이는 지나가던 과장님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수성 주무관(오른쪽)에 의해 탄생했다. 인스타그램 '@bongsoongi' 캡처·김 주무관 제공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이 노래 있잖아요, 지나가던 과장님이 '맛있으면 사과, 그걸로 한번 해봐' 하시더라고요"

요즘 부캐(또다른 캐릭터) '봉숭이'로 활동하는 7년차 공무원 김수성(27세) 주무관은 봉숭이 탄생 비화에 대해 16일 CBS노컷뉴스에 이렇게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봉화군청 농업기술센터 유통특작과 6차산업팀 소속으로 농산물 직거래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다. 2019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공보부서 소속은 아니지만, 농특산물을 홍보하며 봉화군을 알리는 일을 맡고 있다.

'봉숭이'는 봉화군 농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지역 캐릭터다. 과장님이 툭 던진 말에서 '봉화 원숭이'를 떠올렸고, 그렇게 '봉(화 원)숭이'가 탄생했다.

봉화군청 농업기술센터 유통특작과 6차산업팀 소속 김수성 주무관. 김 주무관 제공

여기에 김 주무관의 MZ다운 상상력이 더해졌다. '1살·성별 미정·미혼·지방봉화사과보 9급'이라는 서사를 얹었다. 캐릭터 개발에 군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김 주무관은 "지자체 캐릭터는 많아도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경우가 많이 없다"면서 "봉숭이는 '농산물을 홍보하는 공무원'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SNS 계정도 봉숭이가 직접 운영한다는 설정이다. 김 주무관은 지난 4월 인스타그램에 'bongsoongi' 계정을 만들어 봉숭이에 빙의해 누리꾼들과 소통에 나섰다.

봉숭이의 봉화군 농특산물 홍보 게시글. 인스타그램 '@bonsoongi' 캡처

약 4개월간 85개의 게시물을 올렸고 최근에는 거의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봉화가 고향인 김 주무관이 '우리 지역을 좀 더 재미있게 알려보자'며 직접 아이디어를 냈고, 내부 결재를 거쳐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열일'하던 봉숭이가 하루아침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건 뉴욕 한복판에 등장한 한글 광고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13일 오후 1시 36분부터 14일 12시 36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한 전광판에는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안합니다"는 문구가 송출됐다. 화려한 영상과 이미지로 정신없는 타임스스퀘어에 한글 몇자만 덩그러니 노출되면서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우리 시간으로 14일 9시 36분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복판에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안합니다"는 문구가 송출됐다. 타임스스퀘어 홈페이지 캡처

봉화군은 미국에 사과를 수출하지 않는다. 그러니 미국 소비자에게 사과를 팔기 위함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옥외광고 무대에 '봉화사과'를 띄우면 오히려 국내 홍보 효과를 얻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이다. 더욱이 광고비를 김 주무관 개인이 부담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김 주무관은 "국내 전광판은 '특산물 홍보'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하는데, 소비 대상자에 해당하지도 않는 미국에 광고를 집행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였다"면서 "사비로 하면 논란을 방지할 수 있고, 오히려 더 바이럴이 될 것 같았다"고 전했다.

봉화군 봉숭이 주무관 인스타그램 계정. 13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송출한 광고 게시글의 조회수는 14일 기준 20만회를 넘었다. 인스타그램 '@bongsoongi' 캡처

봉화군을 알리기 위한 김 주무관의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봉숭이 인스타그램을 넘어, 직접 유튜브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채널 이름은 '봉화를 알려주는 남자', 줄여서 '봉화남'이다.

다소 딱딱했던 관공서의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던 '충주맨' 김선태 전 충주시 공무원처럼, '봉화남' 만의 개성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냥 재밌는 거 하려고요. 예를 들면 '봉화군에서 서울 롯데월드타워가 보일까' 같은 B급 감성 콘텐츠를 올려볼 생각입니다".

지난 6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에서 시타를 맡고 봉화사과 홍보행사를 진행한 봉숭이. 이 역시 김 주무관의 아이디어였다. 김 주무관 제공

사비를 털어 뉴욕 광고를 진행했다는 소식에 일각에선 '지자체에서 사후에라도 비용을 지급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김 주무관은 광고비를 돌려받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전 계획은 아직 들은 건 없지만, 보전해주신다고해도 사양할 것 같다"고 웃었다.

'봉숭이'이자 (곧) '봉화남'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봉화군 농산물 홍보.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에게 김 주무관은 "봉화군 특산물은 수박, 고춧가루 등이 있는데 주 품목은 사과"라며 "사실 봉화사과 주철은 가을인데, 지금 이 광고를 보신 분들이 나중에 마트에 갔을때 봉화사과가 보이면 '아, 그 사과'하고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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