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에서 관찰자로…서도밴드, 관점을 바꾸니 음악도 달라졌다[EN:박싱]

서도밴드 정규 1집 '원' 제작기 ① 음악 편

CBS노컷뉴스는 8월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서도밴드를 만났다. 연합뉴스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우승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존재감을 알린 서도밴드(sEODoBAND)는 '조선팝'의 창시자로 불린다. 서도밴드의 첫 번째 미니앨범 '문: 디스인탱글'(Moon : Disentangle) 소개 글에 나타난 조선팝은 다음과 같다. "조선과 팝의 합성어로, 전통음악의 특징적인 이야기, 리듬, 멜로디를 팝적인 요소들과 혼합한 서도밴드의 장르다."

'향기 없는 꽃'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은 미니 1집 발매했을 땐 코로나 팬데믹 시절인 2021년이었다. 앨범 발매 기념 서면 인터뷰에서 서도밴드는 '정규앨범을 내고 싶다'라는 바람을 내비친 바 있다. 그렇게 답한 지 5년 만에 정말로 정규앨범을 냈다. 제목은 '원'이다. 서도밴드가 걸어온 음악적 여정의 기록이자, 조선팝 장르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앨범이다.

CBS노컷뉴스는 무더웠던 8월 초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서도밴드를 만났다. 보컬이자 프론트맨인 서도와 기타 연태희, 베이스 김태주, 키보드 김성현까지 원년 멤버 넷과 올해 2월 서도밴드에 합류한 정현빈까지 '완전체'가 이날 인터뷰에 함께했다. 아티스트이자 연주자이며, 작곡가와 편곡자와 프로듀서를 모두 맡은 서도밴드에게 정규 1집 '원'의 제작기를 들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음악'에 집중한다.

우선 5년 전 인터뷰 이야기부터 꺼냈다. 서도밴드는 첫 정규앨범이 이맘때쯤 나오리라고 예상했을까. 서도는 "언제나 내고 싶었는데 그간 회사가 있었다. 재작년 연말부터 독립적인 아티스트로 나왔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있다는 건 장단이 있었다. 편한 점도 있었지만, 활동의 방향성이나 강도 등을 오롯이 밴드 멤버들이 주도할 수는 없었다.

서도밴드 보컬 서도. 서도밴드 제공

'풍류대장'의 '우승' 타이틀은 분명 영광이었고, 서도밴드를 세상에 더 널리 퍼뜨리는 일등 공신이었으나 그 후의 활동에는 "아쉬운 점이 많이 있었다"(서도)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원래 음악하고 앨범 내고 공연하는 게 큰데 앨범을 계속 못 냈어요. '풍류대장' 끝나고 나서 (활동이) 가장 활발했는데, 재작년에야 두 번째 EP(미니앨범)를 냈죠."

두 번째 미니앨범 제목 '돌파구'는 서도밴드의 고민이 어린 결과물이다. 정말로 '돌파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두 장의 미니앨범을 냈는데, 그때마다 신기하게 '인디펜던트'(독립적인) 상태였다.

'인디펜던트 가수는 자기 돈으로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자우림 김윤아의 말을 인용한 서도는 "저희 제작비로 했다, 이번에도"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대출받아가지고! 사업체도 있고 해서 대출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고요. (웃음) 그래서 정규 너무 하고 싶었는데 이제 여력이 생긴 거죠."

활동 기간이 약 9년에 이르는 서도밴드. 김태주(베이스)는 "정규 내 보자는 마음을 (9년 내내)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라면서도 "뭔가 이제는 같은 거 말고 우리도 한 단계 도약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앨범 제작 기간은 두 달 정도이지만, 이 안에는 "서도밴드의 9년이 다 담겨"(김태주) 있다고.

서도밴드 키보드 김성현. 서도밴드 제공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 9년을, 한 장의 앨범에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김성현(키보드)은 "지금도 그렇고 옛날도 그렇고 전통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으면서 예술적인 부분도 가져가면서 대중적인 3박자를 같이 가져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옛날부터 고민했다"라며 "정확히 '아, 이렇게 하면 된다' 하는 정답이 나오진 않았다. 앞으로도 저희가 가져가야 할 고민에 대한 숙제인 거 같다"라고 답했다.

'원'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앨범이다. 서도밴드의 공연 목록(세트 리스트)에 늘 자리하던 '춘향가'가 그 중심에 있다. 춘향과 이몽룡의 만남이 시작되는 봄날을 노래한 '아리랑', 백년가약을 맺는 기쁨을 담은 '사랑가', 기약 없는 헤어짐을 그린 '이별가', 옥방에 갇혀 모진 고초를 견디는 '쑥대머리', 암행어사가 되어 돌아온 이몽룡의 극적인 구출을 그린 '내가 왔다'가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그린다.

이 중 기존에 나와 음원으로 들을 수 있던 건 '사랑가'와 '이별가'뿐이었다. 그동안 공연에서 들려줬던 것과 많이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김태주는 "(지금까지 공연에선) 그때의 서도밴드가 할 수 있었던 걸 했고 (이번 앨범에선) 지금의 서도밴드가 풀어낼 수 있는 버전이 된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음악에 관한 개인적인 감정이 달라졌다"라고 운을 뗀 서도는, 한 명의 창자(창을 하는 사람)가 판소리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소화하는 게 '원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본은 몽룡이 됐다가 춘향이 되고, (감정을) 절절하게 0부터 100까지 다 쓰는 음악이었다. (지금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관찰자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서도밴드 베이스 김태주. 서도밴드 제공

주인공에서 관찰자로 자리를 옮기니, 나오는 음악도 달라졌다. '떨어져서 봐도 괜찮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편곡했다. 똑같이 이별하는 상황을 그린다고 해도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서도)이 가능했다. 서도는 "앨범 제목이 '원'이고 순환한다는 의미를 담았는데, 십 년 전의 저희와 지금의 저희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9번 트랙 '언제까지'와 12번 트랙 '나를 너를'이 더블 타이틀곡으로 낙점됐다. "언제까지 님을 기다릴거나"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언제까지'는 얼핏 경쾌하게 들리지만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의 복잡한 감정이 담긴 곡이다. "벚꽃이 피면 오신다더니 / 꽃은 떨어지고 여름이 오네 / 분명 그날 밤 하신 그 약속 / 한양 가시더니 다 잊으셨나"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기다리면서도 피어오르는 원망을 숨기지 않는다.

웅성거림도 들어갔다. 멤버들이 다 같이 낸 소리인지, 특별한 내용이 포함된 건지 물었다. 서도밴드는 "옥방에 홀로 가진 춘향이 기다림에 지쳐 울부짖다 쓰러져 잠에 드는 장면"이라며 "어딘가 스산하기도 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며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라고 답했다.

예전에 공연하던 버전을 두고 "지금 들으면 귀여운 편곡"이라고 한 서도는 "밴드 초반에는 어쿠스틱 셋으로 활동했다. 그때 만들었던 곡이라서 구성도 단출했다. 또 제가 곡을 썼는데, (그때) 저의 태도가 조금 더 단순했던 것 같다. 편곡도. 인제 그 이야기를 '관찰'하며,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시점이 되면서 조금 재밌어졌달까? 조금 연륜이란 게 느껴진달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도밴드 기타 연태희. 서도밴드 제공

'나를 너를'은 그래도 앨범에 신곡 하나 넣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다른 곡과 다르게 '춘향가'와는 무관하다. 서도는 "제가 요즘에 들었던 하나의 생각으로 시작됐다. 정말 과학을 잘 모르지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관해 요새 아주 겉핥기를 했다. 나이도 있고… 삶이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인간의 삶이라는 것도, 세상의 것들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양자역학은 과거와 현재 미래 수많은 가능성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거다, 상대성이론이 직선이라면. 그게 너무 재밌는 거 같다"라며 "'춘향가'도 현시대에서 공명하고, 지금 사람에게까지 이어지는 순환의 이미지를 스토리로 만들고 싶었다. 언제 어디에나, 과거에도 우리는 존재했으니 공간을 넘어서 다시 만나게 되면 안아주라는 얘기다. '나를 너를'은 '원'의 순환이다"라고 밝혔다.

11번 트랙으로 배치된 '내가왔다'는 2019년 KBS 국악신예대상에서 상을 받은 곡이다. 서도밴드는 "그때의 서도밴드는 어쿠스틱 셋이어서 이 곡이 미니멀한 사운드로 표현됐는데 정규앨범에서의 '내가왔다'는 풀 밴드의 풍성한 연주와 더불어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가 곡의 분위기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어 주었다"라고 전했다.

수많은 공연으로 이미 '선보인' 곡을 앨범에 새로 싣는 과정에서 편곡이 어렵지 않았는지 질문했다. 김태주는 "극이다 보니까 오히려 (편곡이) 더 다양하고 자유로우면 좋은 거 같다. 이미 몸에 많이 익었던 거라 편곡은 수월하게 진행된 거 같다. 저희가 햇수로는 진짜 9년 동안 '언제까지' 편곡을 마음에 들게 못 끝냈었는데, 준비하면서는 되게 (시간이) 짧았다"라고 답했다.

서도밴드 드럼 정현빈. 서도밴드 제공

김태주는 "거의 하루에 한 곡을 했다. 그동안은 편곡하면 엄청 싸웠다. 서너 시간 앉아만 있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에는 하루에 하나씩 착착 진행됐던 것 같다. '마지막에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순조로웠다"라고 돌아봤다.

연태희(기타)는 "저희가 걸어왔던 길과 경험이 있다 보니까, 예전에는 그냥 연주했다면 지금은 뭔가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다"라며 "저희는 뭔가 하나의 곡을 만들 때 어떤 추상적인 무언가가 딱 떠오르게끔 하는 그런 사운드와 편곡을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서도는 "곡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사실 진짜 저희만의 생각이라 사람들이 얼마나 그걸 느끼실지는 정말 모르겠다"라고 웃었다.

총 12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곡과 곡 사이에 아니리가 들어갔다. 판소리의 사설인 아니리는 가락 없이 이야기를 푸는 형식이다. 주로 김성현이 연주했으나 이번 앨범에는 다른 멤버들도 참여했다. 연태희는 '사랑가', 김성현은 '이별가'와 '내가왔다', 김태주는 '쑥대머리', 정현빈은 '언제까지'의 편곡을 각각 맡았다.

정규 1집 '원'에는 더블 타이틀곡 '언제까지'와 '나를 너를'을 비롯해 열두 트랙이 수록됐다. 서도밴드 제공

혹시 소개하고 싶은 디테일이 있을까. "저 되게 많이 숨겨놨다, 이스터 에그(작품 속에 숨겨놓은 재미있는 의미)를"이라는 연태희는 "마지막 곡 '나를 너를' 마지막 부분에 저희 앨범 '원'을 상징하는 것들을 좀 숨겨놨던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수록곡 멜로디에도 저만의 사운드라고 하면 조금 부끄러울 수 있는데, 이번에는 안 해 본 걸 해 보자는 마음으로 가야금 소리를 일렉 기타로 표현했다. 그런 부분을 들어봐 주시면 좋겠다. 아니리에서는 태주 형의 베이스가 거의 뭐 최고"라고 평했다.

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골라달라고 하니, 김성현은 '언제까지'를 들며 "음악적인 관점에서 한번 들어도 기억에 남는 주제가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사운드 자체도 되게 심플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많아가지고 사운드도 너무 커지거나 곡 자체가 너무 다이내믹해졌는데, (이번엔) 심플하게 가면서도 표현할 걸 다 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다.
 
"다 마음에 드는데"라고 말문을 연 연태희의 선택은 '이별가'였다. 그는 "저희가 기존에 연주했던 방식보다 좀 더 극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갈 데까지 갔기 때문에 좀 더 로킹한 사운드와 밴드의 정수를 보여줄 특별한 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서도밴드는 오는 16일 저녁 7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서도밴드 인스타그램

'나를 너를'을 좋아한다는 서도는 "이 곡이 이 앨범에 있어서 너무 좋다. '원'이라는 순환의 의미를, 화룡점정할 수 있는 내용의 곡이다. 저희가 지금까지 안 냈던 사운드도 있다. 뭐라 그러지? 미디스러운 사운드?"라고 밝혔다. 김성현이 "레트로(복고)라면 레트로다운 느낌이고 우주 같다면 우주랄까"라고 하자, 서도도 "2000년대로 넘어갈 때의 세기말 감성? 새로운 차원이 확장되는 느낌"이라고 거들었다.

마찬가지로 '나를 너를'을 고른 정현빈(드럼)은 "어쿠스틱 드럼 사운드는 사실 거의 없고 되게 일렉트로닉한 부분들도 되게 많고, 곡의 구성도 누군가는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되게 많은데 저는 (그걸)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현빈은 "사운드는 진짜 복잡하다. 제가 드럼을 치지 않고 (미디로) 찍은 부분이 있고 (그게) 되게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인터뷰 날은 아직 믹싱과 마스터링 전이라 완성본은 안 나온 상태였지만, 그는 "되게 설렌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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