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과 관련해 민족문제연구소가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자신을 친일파 후손이라고 밝힌 작가 겸 그룹 '양반들'의 멤버 전범선의 고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범선은 최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어렸을 때는 (친일 후손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나라 정부를 만든 게 미군정이어서 미국을 알아야 우리나라 현대사를 알 수 있겠다 싶어 미국에 가서 미국사를 공부했다"며 "그러다 미국을 제대로 알기위해 영국에 가서 영국사를 공부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1991년 강원도 춘천에 태어난 전 씨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데 이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다트머스대 재학 시절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에서 선교사이자 독립운동가 등으로 활동한 호머 헐버트 박사를 알게 됐고, 이후 귀국해 헐버트 박사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전 씨는 "어머니가 '역사 공부하는건 알겠는데 네 출신 성분을 알고나 해라'라며 친일파 후손이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누구냐고 물으니 '네 조상은 이인직(1862~1916)'이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인직은 소설 '혈의 누'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친일파인 것까지는 몰랐다"며 "어머니가 그냥 친일파가 아니라 '대단한 친일파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돼있고, 이완용(1858~1926)의 통역관이었다"며 "이완용은 친일파였지만 영어만 잘했지 일본어를 못했다. 을사조약(을사늑약)을 맺었을 당시 통역했던 게 이인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이 친일파 후손으로 부유하게 살아온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인직은 조선인 아내를 버리고 일본인 여성과 재혼한 뒤 종교까지 개종하며 생을 마쳤다. 전 씨는 조선인 아내 측의 5대손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우리 어머니는 평생 이걸 입 밖으로 못 꺼내셨다더라. 부끄러움에 평생 사셨던 것"이라며 "내게는 큰 트라우마이자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때부터 이인직이 쓴 책을 다 찾아봤다. 왜 집안과 나라를 버렸을지 알고 싶었다"며 "당연히 변호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평소 음악을 즐겼던 전 씨는 영국에서 취미로 만든 앨범 '혁명가'가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 촛불집회에서 알려지면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이후 음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합격한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진학 대신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신의 전공을 살려 역사서 '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를 집필하며 친일파 후손으로서의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영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4대째 의료인의 길을 이어온 집안이라고 소개했지만, 증조부 안상호(1872~1927)의 친일 행적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안상호가 안중근 의사에게 피살된 이토 히로부미를 추도하기 위해 '국민대추도회(대한국민추도회)' 준비 위원으로 참여하고 일제의 식민통치 정당성을 홍보한 대정친목회 평의원(대의원 격) 활동 등을 근거로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밝혔다. 또, 친일인명사전 미등재가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하영은 "그동안 저는 가족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부끄럽게도 그런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 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과정에서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며 "일제 강점기라는 뼈아픈 시간을 지낸 우리나라의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사를 가볍게 언급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