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부르는 모호한 정책"…부랴부랴 세부기분 마련하는 정부


8·13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 발표 이후 은행 창구에 실수요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잔금·이주비 등 집단대출은 개별 은행 목표에서 분리해 별도 관리하겠다는 방향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배분 방식은 아직 미정이다. 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제한도 예외 조항 적용 기준이 불명확해 창구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당국과 세부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본격 돌입할 방침이다.

잔금·이주비 별도관리…은행 부담 덜어주는 구조지만 세부 기준은 '아직'

금융당국은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개별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와 분리해 별도의 '유보분'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집단대출을 취급해도 은행의 일반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전체 가계대출 관리는 금융회사별 총량·정책모기지·유보분 등 세 개의 주머니로 나뉘는데, 집단대출은 전체 3% 총량에는 포함되되 개별 은행 자체 목표와 분리해 유보분에서 관리된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집단대출은 금융회사 총량 목표와 별도로 관리한다"며 "금융사가 자체 총량 때문에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에 2천억원을 공급하려다가 총량 부담으로 약정을 줄이고 있었다면 이제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며 "오픈런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융권과 당국은 이번 주부터 구체적 배분 방식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은행들은 수요 예측을 통해 선별 사항의 기준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잔금·이주비 대출 여력은 올라갔지만 청년층부터 할 지 입주 단지부터 대출을 할 지 일관된 기준이 필요해서다.

A 금융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없이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면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고 예측도 할 수 없다"면서 "각 은행들 의견을 모아서 당국과 협의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B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기준을 정할 것"이라면서 "금융위에서 이주비·집단대출을 '별도관리' 한다는 게 좀 헷갈렸는데 다시 설명한 바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목표에서 빼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출난'은 해소될 것"이라고 봤다.

비거주 1주택 예외 조항…"창구에서 판단 다 소화 가능할 지…"

박종민 기자

은행 창구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이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제한하기로 한 것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으면서 △자신은 전세에 살려고 할 때 전세대출보증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불가피성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은행들은 실제 사례들이 너무 다양하고 모호한 경우가 많아 창구에서 다 소화할 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C 금융사 관계자는 "예외 이외의 불가피한 경우를 은행에서 판단하게 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판단했다가 당국에서 이건 예외가 아니라고 할 지 맞다고 할지 알 수가 없으니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당연히 웅크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에서는 비거주 1주택 예외 기준을 은행별로 제각각 적용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D 금융사 관계자는 "이 은행은 이렇게, 저 은행은 저렇게 하면 안 되니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통 기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E 금융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대출 제도가 발표된 후 이제 현업 부서들이 기준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라면서 "헷갈리는 부분들도 많고 금융사가 정해야하는 것들이 많아 문의가 폭주한다"고 전했다.

금융위, 선의의 차주 피해 보지 않도록 다양한 예외 사항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

금융위는 선의의 차주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양한 예외 사항을 판단할 수 있게 선택권을 준 설계라는 설명이다. 비거주 사유가 직장 이전이나 부모 봉양, 질병, 부부 갈등 등 개인마다 다 달라 이를 일률적으로 열거하거나 엄격하게 심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제일 질문이 많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사 임대차 계약이 끝나지 않은 경우는 당연히 예외 사항이다. 또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전세대출을 갚기 어려운 경우에도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 등 불가피한 사정도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가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 판단이 어려운 사례는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관련 판단을 금융권과 공유할 방침이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14일 추가브리핑을 통해 "세법과 달리 금융규제는 대출을 회수하면 차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생길 수 있어 애매한 사람까지 규제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설계했다"며 "이번 조치는 비거주 1주택자를 징벌적으로 잡기 위한 규제라기보다 1주택자에 대한 공적 전세대출 보증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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