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20년간 누볐던 한국 축구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그 공백을 일본 선수들이 메우며 아시아 축구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는 외신 진단이 나왔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EPL에서 한국의 태양이 지고 일본이 떠오르다'라는 보도를 통해 양국 축구의 엇갈린 흐름을 집중 조명했다.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포문을 연 한국 축구의 EPL 전성기는 최근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을 유로파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던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로 둥지를 옮겼고,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황희찬마저 소속팀의 강등으로 EPL 무대를 떠나면서 주전급 코리안리거의 계보가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양민혁과 김지수, 박승수 등 어린 유망주들이 EPL 구단에 적을 두고 있지만 이들 모두 이번 시즌 실전 경험을 위해 임대 이적이 유력하다. 여기에 유력한 EPL 이적 후보로 거론되던 이강인이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행을 택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대항전이 아니면 당분간 한국 선수가 EPL 클럽을 상대하는 장면을 접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 축구는 EPL 내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미토마 가오루, 가마다 다이치, 도미야스 다케히로, 다나카 아오, 엔도 와타루 등 기존 전력에 더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모리타 히데마사와 마에다 다이젠 등이 새롭게 가세했다. 종전 독일 분데스리가 중심이던 일본 선수들의 진출 경로가 잉글랜드 챔피언십과 EPL로 전면 이동하면서 리그 내 입지를 확고히 굳히는 양상이다.
가디언은 이러한 흐름의 원인으로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저하와 행정 혼선을 함께 짚었다. 한국 축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표팀 사령탑과 대한축구협회장이 동반 사퇴하는 파경을 맞았고, 현재는 신설 축구혁신위원회의 박지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 축구계가 혼란을 수습하고 재건을 도모하는 사이 국내 팬들의 EPL 시청 열기는 주춤해진 반면, 대규모 프리미어리거를 배출한 일본 현지에서는 EPL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