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뜨거웠던 민주 대표경선…판세 바꾼 3개 분기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정청래·송영길 당 대표 후보가 15일 전남광주 나주시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전남광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접전 양상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호남 경선을 기점으로 김민석 신임 대표에게 승부의 균형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순회경선 2주차까지 정청래 후보와의 격차가 1%포인트대에 불과할 정도로 팽팽했지만, 최대 승부처로 꼽힌 호남에서 김 대표가 과반 득표로 압승을 거뒀다.
 
'국정 안정을 위한 파트너' 이미지를 내건 김 대표의 전략이 호남 민심을 파고든 반면, 정 후보의 '적통론'은 호남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정 후보가 수도권에서 선전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엎치락뒤치락 與 당대표 경선…승부처는 호남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충청권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45.05%를 기록해 정 후보를 0.44%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이튿날 정 후보가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정 후보는 이들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45.51%의 누적 득표율로 김 대표를 0.99%포인트 차로 앞섰다.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경선을 거치면서 판세는 다시 뒤집혔다. 김 대표가 누적 득표율 46.01%을 기록하면서 선두를 재탈환한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와의 득표 차는 1.48%포인트로 초접전 흐름이 이어졌다.
 
승부가 갈린 것은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가량이 몰려 있는 호남이었다. 김 대표가 득표율 57.54%를 기록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정 후보와의 누적 득표율 차이는 14.07%포인트까지 벌렸다.
 
이후 정 후보가 또다른 승부처인 서울·경기에서 0.38%포인트 차로 맹추격했지만 호남에서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득표율은 김 대표 54.08%, 정 후보 45.92%로 집계됐다.

김 대표가 호남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국정 동반자' 이미지를 앞세운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국정 안정과 정부 정책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김 대표로 향했다는 해석이다.

金 '국정 동반자'로 승기 잡아…기대 못 미친 鄭 '적통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당대표 후보가 17일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 후보를 향한 김 대표 측의 '반명 공세'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정 후보가 당대표 시절 이재명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자기 정치를 해왔다는 취지로 각을 세워왔다. 국정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당원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공세가 정 후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감을 느낀 정 후보는 '언더독'과 '적통론' 두 전략으로 맞섰다. 정 후보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계보에 맞는 당대표가 자신임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조직적 열세를 극복하고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장면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호남 당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 친김민석계 의원은 "적통론으로는 당원들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행보들이 여러 차례 있었고 호남 당원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과 달리 수도권에서 접전 양상이 만들어진 것은 현 정부에 대한 당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호남과 영남에 쏠린 반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이 당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가 수도권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7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선출된 김민석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전임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고위원 경선의 경우 초반 판세가 대부분 유지됐다. 친정청래(친청)계 최민희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리다가 호남 경선에서 박선원 후보에게 1위를 내줬지만, 최종 득표율 18.35%로 수석 최고위원을 차지했다.

5·6위 경쟁에선 친이재명(친명)계 김용 후보와 친청계 이성윤 후보 간 접전이 이어졌다. 모든 순회경선이 종료된 뒤 임미애·김영호 후보가 사퇴를 하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이 후보가 당선권에 들면서 최고위원 구도는 친청계 3대 친명계 2로 형성됐다.

여권 관계자는 "친명계의 경우 표가 분산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선거 공학의 관점에서는 하위권 후보들이 더 빨리 사퇴했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끝까지 원칙과 소신을 갖고 완주한 게 당을 위해서라도 좋은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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