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 양상을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호남 경선을 기점으로 김민석 신임 대표에게 승부의 균형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순회경선 2주차까지 정청래 후보와의 격차가 1%포인트대에 불과할 정도로 팽팽했지만, 최대 승부처로 꼽힌 호남에서 김 대표가 과반 득표로 압승을 거뒀다.
'국정 안정을 위한 파트너' 이미지를 내건 김 대표의 전략이 호남 민심을 파고든 반면, 정 후보의 '적통론'은 호남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정 후보가 수도권에서 선전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엎치락뒤치락 與 당대표 경선…승부처는 호남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충청권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 득표율 45.05%를 기록해 정 후보를 0.44%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이튿날 정 후보가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정 후보는 이들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45.51%의 누적 득표율로 김 대표를 0.99%포인트 차로 앞섰다.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경선을 거치면서 판세는 다시 뒤집혔다. 김 대표가 누적 득표율 46.01%을 기록하면서 선두를 재탈환한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와의 득표 차는 1.48%포인트로 초접전 흐름이 이어졌다.
승부가 갈린 것은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가량이 몰려 있는 호남이었다. 김 대표가 득표율 57.54%를 기록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정 후보와의 누적 득표율 차이는 14.07%포인트까지 벌렸다.
이후 정 후보가 또다른 승부처인 서울·경기에서 0.38%포인트 차로 맹추격했지만 호남에서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득표율은 김 대표 54.08%, 정 후보 45.92%로 집계됐다.
김 대표가 호남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국정 동반자' 이미지를 앞세운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국정 안정과 정부 정책과의 호흡을 중시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김 대표로 향했다는 해석이다.
金 '국정 동반자'로 승기 잡아…기대 못 미친 鄭 '적통론'
정 후보를 향한 김 대표 측의 '반명 공세'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정 후보가 당대표 시절 이재명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자기 정치를 해왔다는 취지로 각을 세워왔다. 국정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당원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공세가 정 후보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감을 느낀 정 후보는 '언더독'과 '적통론' 두 전략으로 맞섰다. 정 후보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계보에 맞는 당대표가 자신임을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조직적 열세를 극복하고 당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장면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호남 당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한 친김민석계 의원은 "적통론으로는 당원들을 안심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당대표가 되면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이라는 느낌을 주는 행보들이 여러 차례 있었고 호남 당원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과 달리 수도권에서 접전 양상이 만들어진 것은 현 정부에 대한 당원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호남과 영남에 쏠린 반면,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인식이 당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이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가 수도권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 경선의 경우 초반 판세가 대부분 유지됐다. 친정청래(친청)계 최민희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리다가 호남 경선에서 박선원 후보에게 1위를 내줬지만, 최종 득표율 18.35%로 수석 최고위원을 차지했다.
5·6위 경쟁에선 친이재명(친명)계 김용 후보와 친청계 이성윤 후보 간 접전이 이어졌다. 모든 순회경선이 종료된 뒤 임미애·김영호 후보가 사퇴를 하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지만, 이 후보가 당선권에 들면서 최고위원 구도는 친청계 3대 친명계 2로 형성됐다.
여권 관계자는 "친명계의 경우 표가 분산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선거 공학의 관점에서는 하위권 후보들이 더 빨리 사퇴했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끝까지 원칙과 소신을 갖고 완주한 게 당을 위해서라도 좋은 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