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미동맹의 또 하나의 핵심축, '방위산업'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연합뉴스

8·15 광복과 한국전쟁 이래,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점으로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근간이다. 이 동맹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 구조의 핵심축으로 성장, 공고화됐고 이는 2026년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더 나아가 2020년대 들어 이 한국 안보의 근간은 전통적 군사 안보를 넘어 경제안보, 과학기술안보로 까지 확대돼 현재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돼 있다. 이에 한국의 국가외교(statecraft)의 성패는 미국과의 관계에 크게 달려있다.
 
물론 이러한 한미 간의 양자 관계는 양가적인 측면도 존재하며 끊임없는 미세조정을 겪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미동맹을 당연시한다. 사실 인간은 꽤 오래된 것들에 대해서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까지 그래 왔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는 믿음이다. 세상사에서 많은 경우 그렇다. 그러나 그런 당연한 것들도 생애주기적으로 큰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그것은 개혁, 혁명, 붕괴, 회귀, 복고 등의 형태로 언젠가는 온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하며 서구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일면 자비로운 베풂으로 장기적인 국가 이익을 추구하던 미국을 우리는 당연시해 왔다. 그 미국의 글로벌 전략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권위주의 국가들의 버거운 도전, 그리고 그로 인한 기존 국제질서 구조의 변화는 미국 국내 정치 구조의 변화와 결합해 이 패권국에 단기적 위협을 넘어 장기적 생존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소위 '거래 중심의(transactional)' 외교는 이러한 기존 미국 중심 국제질서 붕괴의 가장 핵심적인 증거다. 장기적 이익이 아닌 단기적인 이익을 그것도 때때로 '약탈적'인 형태로 추구하는 미국은 매우 낯설다. 한국에도 다른 인도·태평양과 유럽·대서양 동맹국들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가장 큰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는 미국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미군 참여 대폭 축소 지시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 강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양국에게 처음이다. 곤혹스럽지만 그것이 2026년 미국의 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의 현실이다. 혹여나 이 현실을 부정한다면 글로벌 TOP10 국가임에도 여전히 안보 제 분야에서 취약한 비핵국가 한국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하나 분명한 것은 '어떤' 미국이던 한국은 미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과의 영구적인 평화적 관계 구축이든 통일이든 한반도의 근본적인 안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보 영역에서 한국이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한국이 더 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경제안보, 과학기술안보 측면에서 여러 전략적 대응과 더불어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국방비 대폭 증액 및 군사력 증강과 동시에 방위산업 협력에 큰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은 군사안보 분야에서 한국이 어떻게 더 필요한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현재 한국의 방위산업, 즉 무기제조산업은 급격한 글로벌 팽창 시기를 거쳐 글로벌 TOP5 정도의 역량을 지니게 됐다. 그런데 미국은 무기가 많이 필요하다. 그것도 매우 많이. 그러나 그 무기들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할 제조 능력을 상실했다.
 
한국은 그 결여된 능력을 채워줄 극소수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마스가(MASGA)'로 상징되는 해양 무기 체계들을 넘어 육상 무기 체계들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이 근본적으로 구매하지 않는 완제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형태의 중간재를 공급하는 미국 무기제조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대량 생산의 제조기지로, 서태평양 내의 유지보수(MRO) 조직으로서 말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 군사안보의 필수불가결한 또는 현 정부의 구호대로 대체불가능한 주니어 동맹 파트너의 능력을 하나 더 장착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한미 간의 방위산업 협력 또는 결합 강화는 한국 방위산업이 한 단계 성장해 글로벌 시장과 안보 위계에서 더욱 유용한 변수로 성장함도 의미한다. 
 
한국의 하드파워적 국가 역량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국운을 걸면서 위태롭게 심화되는 피크코리아(Peak Korea) 현상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2030년대를 바라보는 한미 동맹과 미국의 글로벌 안보 전략은 '민주주의의 무기고'로서의 한국 방위산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에 더 쓸모있는 유용한 동맹국이 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의 핵을 포함한 안보 보장을 더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통합적 국방력 증강으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더 확보하는 혁명적 변화가 병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은 이미 전쟁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인 '죽음의 상인'의 양가적 이미지도 갖게 됐다. 그러나 이 어두운 이미지는 '민주주의의 무기고'의 밝은 이미지와 결합해 한국이 서구와 타 지역의 우호국들에게 더 유용한 존재가 됐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놀랍게 변해가는 미국에도 예외는 아니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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