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과정에서 감사단으로부터 대통령실의 비협조로 감사 수행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고도 "대통령 권위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그는 대통령실 내부에서 감사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뒤에는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문답조사까지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2차 종합특검(권창영 특별검사)의 유병호 전 총장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총장은 2023년 2월 16일 당시 감사원 소속 감사단장 등으로부터 대통령실이 감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당시 감사단은 유 전 총장에게 "자료도 제출되지 않고, 감사팀이 현장에도 못 가게 막고 있다"며 "이대로는 감사 수행이 불가하다"라고 보고했다.
이에 유 전 총장은 "현장 상황은 알겠다. 원칙대로 감사하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 권위는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유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이 '대통령실에 대한 감사 강도를 조절하라는 취지'의 압박성 지시였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유 전 총장은 이후 대통령실의 감사 관련 불만을 전달받은 뒤 실제로 감사 방식을 제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총장은 같은 달 중순쯤 대통령실과 감사원 사이에서 연락을 주고받던 감사원 출신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문서로 자료 제출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 대통령실에서 언짢아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
그러자 유 전 총장은 이튿날쯤 감사단장을 사무총장실로 불러 "대통령실에게 문서(공문)로 자료제출을 요구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 유 전 총장은 감사 대상 기관의 비협조에 대해서는 공문을 반복적으로 보내 압박하고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상반된 지시를 내린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문답조사도 제동이 걸렸다.
유 전 총장은 2023년 3월 초,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반발이나 저항이 좀 심한 편"이라며 "최근에 행안부 공무원 문답조사까지 시작한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더 반발이 심한 것 같다"는 유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총장은 "그래 알겠다"고 답한 뒤 대통령실에서 감사를 진행하던 관저팀 수석 감사관에게 자신의 지시사항임을 밝히도록 하면서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문답조사를 금지하도록 지시했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이어 "대통령실과는 바로 문답을 진행하기보다는 서면으로 질문사항을 보내라"고 지시했고, 결국 감사단이 계획했던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문답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단은 이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확인서를 받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유 전 총장이 이처럼 공문을 통한 자료 제출 요구와 대통령실 관계자 문답조사, 업체 관계자 대면조사 등 감사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조사 수단을 잇달아 제한함으로써 관저 이전 감사를 무마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유 전 총장이 사무총장으로서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감사관들의 독립적인 감사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