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플랫폼 노동 협약의 국내 이행 방안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직접 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노동부는 18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ILO 플랫폼 노동 협약의 의미와 향후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6월 협약(제193호)이 채택된 지 두 달여 만으로, 협약을 어떤 법에 어떻게 담을지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최대 쟁점은 협약을 담을 '그릇'이었다. 발제를 맡은 이화여대 박귀천 교수는 기존 노동관계법령 확대 적용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비교한 뒤 발제문에서 "현재로서는 후자의 방안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본법을 토대로 지속적인 개별 법령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방송통신대 박은정 교수는 기본법이 "권리의무관계가 구체적이지 않고 집행 체계가 담보되어 있지 않다"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반드시 경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기본법 제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기존 개별법의 인적 적용범위를 권리별로 직접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의 '근로자와 유사한 사람'이라는 한정을 위험에 노출돼 일하는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 사회보험법의 직종 열거 방식을 폐지·축소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노동공제연합 풀빵 신언직 연구원장은 토론문에서 근로기준법 제2조에 근로자추정제를 명시하고 기본법을 병행 제정하자는 입장과, 별도 기본법이 "'제3의 범주'를 신설하여 보호 수준을 축소"한다는 반대 입장이 함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근로자추정제는 지위 분류 문제의 해법으로 거론됐다. 협약 제9조는 고용관계 여부를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노무제공과 보수에 관한 사실관계를 주로 살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박귀천 교수는 이를 이른바 '사실 우선의 원칙'을 협약 차원에서 처음 명문화한 것으로 평가하며, 이용우·박홍배·김태선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노동관계 자료 대부분이 사용자의 지배 영역에 있어 증거가 한쪽에 몰려 있는 만큼 사용자가 증명책임을 지도록 하되, '법률상 추정' 형식을 도입한다면 소송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문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협약이 추정제까지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협약을 추정제의 직접 근거로 내세우면 '협약은 그렇게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는 반론에 취약해지는 만큼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협약이 시켜서'가 아니라, '협약이 요구하는 올바른 분류를 한국의 노동시장 현실에서 실현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개별법 정비 과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우선 작업중지권을 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가 플랫폼 종사자에게 적용되지 않는 만큼 산안법 개정이나 기본법 명시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다.
또 한국노총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근로기준법 제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 폐지를 요구하며, 기본법의 '일하는 사람' 정의도 '사업 혹은 사람을 위하여'로 수정해야 개인에게 고용된 돌봄 종사자가 포섭된다고 밝혔다. 직업안정법상 수수료 상한이 3개월간 10%인데 플랫폼은 건당 20~30%를 떼고 있다며 중간착취 규율 정비도 요구했다.
"알고리즘 규율에서는 기존 법제와의 정합성이 관건으로 꼽혔다. 가천대 최경진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가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을 요건으로 삼아 협약과 간극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개인정보법과 AI법이 갖추지 못한 '집단적 차원의 권리', 즉 노동자대표에게 알고리즘 활용 사실과 영향을 미리 알리도록 한 협약 제13조와 같은 협의 통로를 제도화하는 것을 두고 "진정한 신규 입법 수요는 바로 이 지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동 영역에 알고리즘 규제를 새로 쌓기보다, 기본법에는 인공지능기본법·개인정보 보호법을 원용하는 확인적 규정을 기본으로 두고 노동 고유의 특칙만 최소한으로 신설하는 정합적 결합 방식을 제안했다.
비준과 입법의 순서를 두고는 병행 추진론이 나왔다. 신언직 연구원장은 "'선(先)비준 후(後)입법'과 '선(先)입법 후(後)비준'에 대한 대립은 소모적"이라며 비준동의안과 근로기준법·노조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동시 제출하자고 밝혔다.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정부가 비준 목표 시점을 담은 로드맵을 먼저 내놓고 조문별 갭 분석을 병행하자며,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제190호 협약의 동반 비준도 제안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한국노동연구원 남궁준 연구위원은 보충 권고가 채택되지 못해 세부 사항이 국내로 넘어온 만큼, 협약 각 조문을 현행 노동·사회보험·개인정보 법제와 대조하는 작업이 비준 논의의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동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