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등재 10주년…해녀 인구는 여전히 '벼랑 끝'

[시사매거진 제주 – 아이엠 오피니언]
1960년대 2만 3천 명에서 2025년 2,371명으로···반세기 만에 90% 감소
유산 등재 후 청년 해녀 45명 늘었지만 '은퇴 속도 못 따라가'
'해녀가 안 되려는 걸까, 못 되는 걸까'···폐쇄적 공동체와 정책 무관심이 발목
축제나 관광상품 아닌 '삶의 재생산'으로···위성곤 도정 신규 해녀정책 시험대

젠더플러스연구소 강경숙 대표.자료사진

◇류도성> 오늘은 어떤 얘기를 나눠볼까요?
 
◆강경숙> 올해로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유산 등재를 계기로 오랫동안 공백이었던 신규 해녀가 양성되거나 유입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이는 은퇴 해녀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오늘은 해녀 유산 10주년을 맞아, 해녀 인구 재생산을 위한 정책의 한계와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류도성> 해녀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인데요. 그동안 해녀 인구는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강경숙> 제주 해녀들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개항 이후인 1900년대 초부터 1960년대까지인데요. 이 시기 해녀 노동이 활발했던 가장 큰 이유는 타지역으로 '바깥물질'이 가능했고, 이에 따라 높은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 해녀는 1960년대 중반에 23,08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5년 뒤인 1970년에는 14,143명으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는데요. 
 
1970년대 산업화와 지역개발 과정에서, 바깥 물질이 거의 사라지면서 마을 어장에 한정된 물질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아울러 여성의 직업과 교육 기회가 증가하는 등 산업화의 영향으로 기존 해녀의 이탈과 새로운 해녀 유입의 단절이 동시에 진행되게 됩니다. 이처럼 해녀 인구의 감소 현상은 1970년대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고령화 현상과 함께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매년 200여 명의 해녀가 은퇴하고 있는데요. 2025년 말, 제주 해녀는 2,371명으로 50대 이상이 95.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류도성> 해녀의 위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라져가는 제주 해녀들의 삶과 노동을 보존, 계승하기 위해서 세계유산 등재가 이루어졌는데요. 유산 등재가 해녀 인구의 재생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강경숙> 제주 해녀의 문화와 어업은 각각 2016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과 202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었는데요. 유네스코에 따르면, '제주해녀문화'의 유산 등재 이유는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왔고, 친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사회에서는 학계 및 행정을 중심으로 2000년대부터 제주 해녀의 문화와 어업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는데요. 2007년 '한수풀해녀학교'와 2015년 '법환해녀학교'가 개원하는 등 2000년대 후반부터 해녀의 재생산을 위한 정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해녀문화 유산 등재는 그동안 공백이었던 40대 미만 젊은 해녀와 신규 해녀의 유입 계기가 되었는데요. 
 
제주도가 발표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유산 등재 이전 해인 2015년 40대 미만 해녀는 61명이었는데 2025년에는 106명으로 증가하여, 지난 10년 동안 청년 해녀는 3.1%p, 총 45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약하면, 제주 해녀의 문화와 어업에 대한 유산 등재로 인해 제주 해녀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과 제주 해녀들의 자긍심이 제고되고 해녀의 재생산에도 일정 정도 기여하였지만, 그럼에도 그 성과는 미약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류도성>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해녀 인구의 재생산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경숙> 이와 관련하여 해녀 마을과 정책 현장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해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하거나, 반면에 해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어촌계나 해녀회가 받아주지 않는다'라는 상반된 의견이 팽팽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해녀공동체의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제주도정과 지역사회의 해녀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 부족 또한 개선되어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이는 해녀의 극감 현상이 해녀공동체만의 문제는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해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인데요. 
 
즉, 해녀 유산을 지역 주민들의 삶이나 역사로 보존하고 계승하기보다는 지역의 자원이나 브랜드로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해녀유산정책이 지역 발전이나 관광을 위한 자원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현대인의 삶이자 직업으로서 해녀의 재생산 지원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류도성> 이러한 문제가 기존의 해녀유산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고요? 
 
◆강경숙> 그동안 제주도는 해녀유산 등재를 홍보하면서, 해녀축제, 홈스테이, 해녀공연 등 해녀 문화와 어업의 관광 자원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제시해왔습니다. 이처럼 제주도의 해녀정책은 해녀 문화와 어업 유산의 의미와 목적을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같은 대안적 '삶의 생산'이 아니라 문화나 관광 관련 '상품의 생산'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해녀정책이 해녀 양성보다는 해녀 문화의 관광 콘텐츠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루어지기도 했는데요. 이에 제주도는 신규 해녀 양성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관광자원의 관점과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는 여전히 문화관광콘텐츠 개발의 일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류도성> 이번 민선 9기 위성곤 도정의 해녀정책은 어떻습니까? 앞으로 해녀정책은 어떠한 방향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을까요?
 
◆강경숙> 위성곤 도지사는 얼마 전 취임사를 통해 제주 도민의 도전 정신은 제주 해녀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자부하였고, 도정 100대 과제 중 하나로 해녀 관련 정책과제를 설정함으로써 제주해녀 공동체의 보전과 계승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해녀 어업인 생계 지원'과 '해녀 복지 및 안전 지원', '해녀어업문화유산 관련 학술적 가치 재조명', 그리고 '신규해녀 어촌정착 활성화' 등 실질적인 해녀 어업 및 문화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하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 실제 해녀 그리고 현대인들의 삶과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해녀유산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녀들은 각종 축제와 문화관광 행사에서 열연하고 찬사를 받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해녀들의 삶은 사라져가는 것이자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해녀공동체가 생존권과 공동체를 위해 바다 생태를 지키고 투쟁한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집단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해녀유산의 의미와 과제는 현재에 맞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 전 지구적 돌봄생태 위기 시대에 대안적인 삶의 방식으로서 해녀유산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바다 생태와 지역 공동체를 위하여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해녀의 생태적 돌봄 방식을 함께 나누고 재형성할 수 있는 해녀유산공동체 형성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신규해녀 양성정책 강화가 필요한데요. 제주 해녀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80대까지도 물질을 한다는 점에서 청년 해녀뿐 아니라 50~60대 중장년 해녀의 유입이 장려될 필요가 있으며, 또한 어촌계와 해녀회의 가입 기준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류도성> 끝으로 해녀 재생산의 의미와 과제를 정리해 주신다면요?
 
◆강경숙> 지금까지 해녀문화를 만들어 온 것은 제주 해녀들이지만, 해녀 유산의 보존 및 계승 주체는 해녀뿐만 아니라 제주 도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해녀가 없다면 해녀문화도 바다생태도 지킬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해녀의 재생산은 제주 해녀들이 역사적으로 지키고 형성해 온 삶의 방식과 관계를 계승하고 재형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데요. 
 
비록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동체적인 경제와 생활방식을 지키고 만들어 온 해녀들은 신화 또는 역사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모순적인 존재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해녀의 문화와 역사는 전 지구적 돌봄생태 위기와 팬데믹 그리고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여 공존과 돌봄, 생태 등 대안적인 사회에 대한 요구와 맞닿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대안적인 삶의 재형성 차원에서 해녀유산 보존정책의 목적과 사업 방향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해녀 유산 정책 개발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해녀 당사자의 참여 강화와 해녀의 삶에 대한 이해 제고 그리고 해녀 유산에 대한 도민 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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