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배임 고발' 강원도의원 증인신문…'고발 근거' 공방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구본호 기자

강원 춘천 레고랜드 사업 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재판에서 사건을 고발한 박기영 강원도의원(춘천)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고발의 근거와 경위를 두고 검찰과 최 전 전사 측이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지사 등에 대한 공판을 열고 박 도의원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박 도의원은 2022년 11월 "감사원 감사결과에서 지적된 내용과 같이 지방재정법상 필수적으로 도의회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최 전 지사가 의결 없이 강원도에 2050억원의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보게 해 업무상 배임죄와 직권남용죄가 적용된다"며 최 전 지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는 지난해 제11대 도의회 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최문순 도정 레고랜드 부당 지원 의혹에 관한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박 도의원을 상대로 고발 경위와 레고랜드 사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 과정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구체적으로는 강원도가 도의회 의결 없이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 원에서 2050억 원으로 늘린 점과 2018년 멀린사와의 총괄개발협약(MDA)를 체결하면서 800억 원을 지급한 내용이다.

박기영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강원도의회 제공

박 도의원은 "도가 800억 원을 멀린사 측에 송금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도의 재정적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여러 의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지역 선후배와 법률가들과 상의한 결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고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춘천시의원을 지내면서 레고랜드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춘천시 내부에서도 사업 조건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다고 증언했다.

박 도의원은 "동아시아 최초로 레고랜드가 춘천에 들어온다는 것에 시민들이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당시 춘천시장이 '노예 계약'이라며 사업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업 상황과 관련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도가 중도개발공사와 관련해 투입한 금액이 상당하고 남은 부지를 매각해 이를 회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문화재와 건축 제한, 북한강 수계 규제 등 여러 제약이 있어 향후 토지 매각을 통해 강원도의 손실을 메우기도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최 전 지사 측은 고발 대상이 된 핵심 의사 결정 당시 현직 도의원이 아니었던 점, 레고랜드 사업 주무 상임위원회에서도 활동하지 않은 점, 협약 체결이나 자금 집행에도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점을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핵심적인 사건이 발생할 당시 내용을 직접 파악할 위치에 있지 않았는데 왜 2022년에 이르러 고발하게 됐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도의원은 이에 대해 "제도권에 있지 않으면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도의원이 된 뒤 집행부에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레고랜드 개장식. 박정민 기자

변호인은 고발 근거와 사실 확인 과정도 문제 삼았다.

고발 당시 박 도의원이 언론 기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주요 근거로 삼았는데 보도 내용이나 관계자들의 진술이 객관적인 사실과 일치하는지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증인은 "공공기관에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봤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믿었다"고 답했다.

최 전 지사 측은 특히 800억 원 지급 문제에 대해 과거 검찰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실을 고발 당시 알고 있었는지도 물었으나 그는 몰랐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 채무보증 확대 문제의 근거로 제시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도의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수사기관 고발이 아닌 '주의 요구' 처분이 내려졌다는 점을 들어 고발 근거의 타당성을 문제 삼았다.

박 도의원이 소속된 정당에서 도지사를 배출한 직후인 2022년 고발이 이뤄진 점을 들며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던졌다.

이에 대해 그는 "공공성을 위해 고발한 것"이라며 관련 주장을 부인했다.

최 전 지사는 2014년 도의회 의결 없이 채무보증 규모를 210억 원에서 2050억 원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강원도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강원도청 글로벌통상국장 A씨는 사업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8일에도 공판을 열고 관련 증인신문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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