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연습(UFS)을 축소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깜짝 메시지를 추동력 삼아 한반도 정세를 바꿔보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오전 "한미는 미측의 제안으로 연습 기간과 규모 등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쟁부도 이날 일부 훈련의 취소나 시뮬레이션 전환 등 UFS연습의 상당 부분 축소 사실을 주한미군을 통해 한국 언론에 전달했다.
한미 양측은 올해 UFS 연습 기간을 21일까지로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고, 야외기동훈련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전시 지휘소도 경기도 성남의 CP탱고와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원화해 운영 중이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연합연습 대폭 축소를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SNS를 통해 밝힌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이미 오래 전 기획돼 한미 양측에서 약 2만명의 병력이 참가해 시행 중인 훈련이 중간에 단축·축소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면담했고,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협의를 이어간 끝에 어렵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측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듯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대북 접근에 적극 호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연합연습은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에는 미국 안팎에서도 비판론이 강하고 연합연습 축소가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 가능성이 낮아 보였지만, 이후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브런스 사령관은 전날 오전 예정됐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50주년 추모식 참가를 긴급 취소하고 오후 안 장관을 면담했다. 미국 전쟁부(국방부) 지시에 따라 UFS 축소 의사를 공식 전달한 것으로 풀이됐다.
비슷한 시각 우리 정부도 이재명 대통령 주재 을지 국무회의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비롯한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데다, 어떤 식으로든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은 환영한다는 차원에서 미국 측 요청을 전략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당사자 간 다자 논의를 제안하고 이에 대한 추동력을 고심하는 중이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SNS 내용과 관련해 "이번 메시지를 통해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기존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대북 메시지는 중간선거 등을 겨냥한 정치공학적 셈법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올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8년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데다 중‧러와의 밀착과 핵 능력 고도화로 대화의 문턱이 더욱 높아진 현실을 지적한다.
정부는 그러나 북미대화 동력과 별개로 전작권 전환이나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한미 간 중대 현안을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연합연습 단축·축소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요구되는 검증 기회를 줄이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한미 정상 간 합의와 의지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 장관은 19일 연합연습 중에 실시되는 야외기동훈련 축소에 대해 "취소된 게 아니고 (연합연습이) 끝나고 연중 한다"고 말했다. 연중 분산 실시되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검증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