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유치원 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교사가 상당한 정도의 재량을 행사할 수 있으며,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구창모 부장판사)는 19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 A(35)씨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6월 세종시 한 유치원 실내놀이터에서 원생 B(6)양의 양팔을 강하게 붙잡아 멍이 들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양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친구들과 선생님을 때리면 안 된다"며 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B양의 팔을 붙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신체적 학대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아동의 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정당한 훈육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이 함께 기소한 B양의 볼을 때려 멍이 들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다른 원인으로 멍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양팔을 잡은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한다"면서도 "교육 현장에서 순간순간 발생하는 상황에서 교사가 상당한 정도의 재량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재량 행사가 범죄의 고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A씨는 "교사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경찰과 검찰 조사, 재판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항소심에서 올바른 판결이 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할 때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면 한다"며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부분이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전교조는 "이번 판결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공포 속에서 위축돼 가던 교육 현장을 되살리고 교사들이 다시 당당한 교육자로 설 수 있게 한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원의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 등에 대한 아동복지법 적용 기준 정비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신체적 제지와 체벌을 구분하는 기준 마련 △정당한 교육활동 관련 사안에 대한 관련 법 내에서 교육감 의견 청취 및 회복적 절차 먼저 작동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