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복날을 맞은 서울의 보신탕골목은 예전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다.
수십 년간 보신탕을 팔아 온 상인들은 폐업 이후 생계를 걱정했고, 마지막 복날 보신탕을 찾은 손님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마지막 말복에도 한산한 보신탕골목…"서운하다 못해 슬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경동시장 입구에서 10분가량 걸어 들어가다 보면 약재 삶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식당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누렇게 변색된 간판에 적힌 빨간 글씨, '보신탕' 세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수십 년 장사의 세월이 느껴지는 경동시장 '보신탕골목'이다.'보신탕골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말복인 지난 14일 문을 연 보신탕 가게는 두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한 곳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사장은 점심 장사가 한창이어야 할 12시쯤 이미 문을 닫고 자리를 비워버렸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골목에는 20곳이 넘는 보신탕 업소가 들어서 손님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두 곳만 남았다.
개식용종식법 전면 시행을 앞둔 마지막 말복인 이날 점심시간, 골목에서는 한 가게만 손님을 맞고 있었다. 가게 앞에 놓인 커다란 솥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 솥 주변은 더욱 뜨거웠다.
땀을 닦으며 식당 밖으로 나온 김현관(58)씨는 자신을 보신탕 애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보신탕을 워낙 좋아해서 원래 이쪽(청량리)에 오면 한 그릇씩 먹는데, 오늘은 말복이라 들렀다"며 "저는 회, 소고기, 돼지고기 등 모든 음식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보신탕을 고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부터 개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는 데 대해 "무지하게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엔 의사 선생님들도 개고기를 먹으라고 권유했을 만큼 몸에 좋은 식단"이라며 "보신탕이 없어질 것을 대비하기 위해 요즘 대체품으로 염소탕도 조금씩 먹고 있다"고 말했다.
폐업을 앞둔 식당 사장도 답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칠순을 넘긴 가게 사장은 "수십 년 동안 해 오던 일인데, 이제 어디 가서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하다. 서운한 걸 넘어서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신탕골목 앞에서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성환(66)씨는 "원래는 여름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다"며 "그 법(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분명 사람이 많았는데, 그 이후로 가게도 줄고 사람도 줄었다"고 회상했다.
세월이 지나며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데다, '개식용종식법' 시행을 앞두면서 업소들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개식용종식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식용 목적의 사육·증식·조리·가공·유통·판매 행위 역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다.
오는 2027년 2월 7일부터 전면 시행돼 관련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된다. 2023년 8월 국회에 발의돼 2024년 2월 제정됐으며, 현재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가 발의 당시 법안에 대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일명 '김건희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법 제정 후 농가 82% 급감…"내년부턴 바로 고발 조치"
중복이었던 지난달 25일,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골목에 남아 영업 중인 보신탕집은 두 곳뿐이었다. 다만 주말이었던 이날은 두 곳 가운데 한 곳의 1층이 손님들로 가득 찼고, 식당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주문을 받았다.김모(70)씨는 "예전 못 살던 시대에는 지금처럼 소고기를 먹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개를 잡아 자식들을 먹이곤 했던 것"이라며 "인식이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0년째 자리를 지켜 왔다는 한 보신탕집 사장은 "법 도입 이후 사람이 확 줄었다. 오늘은 복날이라 그나마 잠깐 사람이 많다"며 "개고기를 먹는 것도 우리나라 문화의 중요한 일부인데, 이렇게 없애버린다니 섭섭하고 속상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업종 변경을 위해 국가에서 컨설팅도 해준다고는 하는데, 사실상 여기서 일을 바꿔봤자 할 수 있는 게 염소탕 장사밖에 없다"며 "몇 개월 안 남았는데 대책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법 시행을 앞두고 육견 농가와 개고기 음식 취급 업소도 빠르게 줄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육견 농가는 272곳으로, 2024년 8월 1537곳보다 82.3% 감소했다.
보신탕 등 개고기 음식 취급 업소도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2월 개식용종식법 제정 당시 전업·폐업 계획을 신고한 개고기 취급 음식점은 310곳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6월까지 84곳이 폐업해 현재 226곳이 영업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농가마다 언제 폐업을 할지 등 계획이 정해져 있다"며 "8월 이후로는 농가별 개체수를 매달 확인하고 소통을 많이 하면서 폐업을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전면 시행 이후에는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바로 고발 조치하는 등 단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