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최악, 황제냐"…민주, 검찰 이어 사법 개혁 시동

"법기술원장" "불량학생" "당장 나가라"
대법관 제청 도화선…묵은 감정·불신 터져
"법원 대응·여론 봐야" 즉각 탄핵 신중론도

연합뉴스

김민석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첫 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당장 나가라"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조 대법원장을 불량학생에 빗대고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이라고 직격했다. 사법부를 향해 누적된 여권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대법관 서면 제청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모양새다.

검찰개혁을 일단락 지은 민주당이 사법개혁 고삐를 쥘지 주목되지만, 당내에선 탄핵을 곧바로 추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면 제청이 도화선…법사위 출석 요구

직접적인 도화선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서면 제청한 일이었다. 민주당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을 수개월 동안 미뤄온 조 대법원장이 자신을 향한 탄핵론이 불거지자 대통령과 최종 합의를 이루지 않은 후보를 일방적으로 제청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를 "관습적 법 절차를 어긴 무법 사법 행위이자 사법 농단"으로 규정했다. 조 대법원장이 제청 절차를 강행한 뒤 대통령이나 국회가 후속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다른 헌법기관에 떠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가 "자기가 법을 안 지키고 다른 헌법기관까지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려는 전술"이라고 비판한 배경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법원 측 설명은 다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서면 제청 방식 자체는 청와대 민정수석 측과 협의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손 부장판사 제청 문제는 청와대와 끝내 합의하지 못해 제청 당일 후보자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제청 형식에 관한 사전 협의는 있었지만 후보자에 대한 최종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을 의결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노 처장에게 "대법원장은 법원에 있는 황제가 아니다"며 "국회에서 의결한 사안인 만큼 출석해야 한다고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노 처장은 "사정이 있어 못 온다"며 "법에 출석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계엄 대응·대선 직전 파기환송…깊어진 갈등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이번 충돌의 이면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부터 쌓여온 민주당과 조 대법원장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비상계엄 사태 당시 사법부가 헌정질서를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과 지난해 대선 직전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일을 함께 거론했다.

여기에 대법관 공석 장기화와 서면 제청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전당대회 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묵은 감정과 불신이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도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조희대 탄핵은 김 대표가 후보일 때부터 계속 이야기했던 사안"이라며 "대법관 제청이 늦어지면서 사법개혁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검찰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도 마친 만큼 다음 수순으로 사법개혁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절차와 관행을 지켜 대통령을 만나 다시 협의했어야 한다"며 "최소한의 균형 잡힌 상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사법개혁 전면화…탄핵에는 속도조절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19일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의 발언에는 검찰개혁에 이은 당 차원의 개혁 의제로 사법개혁을 전면에 세우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일단락 지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을 계기로 사법개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퇴 요구와 함께 대법관들의 입장 표명과 법관회의 등을 촉구한 것은 조 대법원장을 사법부 내부에서 고립시키는 동시에 개혁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압박으로 읽힌다.

다만 당내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강경론과 즉각적인 탄핵 추진은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온다.

민주당의 한 법조인 출신 의원은 "민주 국가에서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을 탄핵한다는 것은 국가적 정변이 일어나는 것 정도로 여겨진다"며 "정치적인 수사로는 탄핵을 말할 수 있지만 함부로 꺼낼 카드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초선 의원도 "새 지도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대표 혼자 탄핵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우선 사법부의 자정 작용을 통해 조 대법원장의 거취를 정리하도록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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