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부산시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시민사회는 개별 지역 간 소모적인 경쟁을 넘어 전략기관 유치에 공동 대응하는 '부울경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부산시가 40개 유치 희망기관을 선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핵심 기관을 추려 '왜 부산이어야 하는지'를 정부에 적극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울경끼리 경쟁 말고 공동 대응해야"
20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는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와 울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지방분권경남연대 등 부울경 시민사회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부산·울산·경남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이들 단체는 "부산·울산·경남은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이라며 개별 지역의 유치 경쟁을 넘어 이번 공공기관 이전을 부울경 광역연대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3개 시도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관을 놓고 과도하게 경쟁할 경우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야 할 동남권 전체의 역량이 분산될 수 있는 만큼 중복·경합 기관은 사전에 협의해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의 해양·항만·물류·금융, 울산의 자동차·조선·에너지·석유화학, 경남의 조선·기계·방산·우주항공 등 각 지역의 산업 강점을 토대로 공공기관 이전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정 지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전략기관이라면 나머지 두 지역이 해당 기관 유치를 함께 지원하는 방식의 협력 모델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3개 시도지사 만나 공동협의체 꾸려야"
구체적인 공동 대응 방안도 내놨다. 시민단체들은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조속히 회동해 가칭 '2차 공공기관 이전 부울경 공동협의체(TF)'를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공동협의체에서는 3개 시도가 원하는 기관 가운데 중복·경합 기관을 사전에 조정하고 지역별 전략산업과 연계한 우선 유치기관과 부울경 공동유치 대상기관을 선정하자는 구상이다. 특정 지역에 필요한 기관은 나머지 지역이 공동 지원하고,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부울경 광역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사회는 이 같은 공동 대응을 부울경 광역연합과 광역통합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이전에서 쌓은 협력 경험을 향후 교통·산업·인재·연구개발·문화·환경 등 부울경 공동 현안을 해결하는 광역 거버넌스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지사는 즉각 회동해 2차 공공기관 이전 공동 대응을 위한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 지역은 총력전…부산은 40곳 정한 뒤 '잠잠'
부울경 시민사회의 공동 대응 요구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놓고 전국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이미 본격화한 상황에서 나왔다.부산시는 지난 3일 전재수 시장 주재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TF' 회의를 열고 금융·해양·첨단산업·연구개발·영화·영상 분야 등 40개 기관을 유치 목표로 확정해 국토교통부에 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 부산시가 직접 전면에 나선 대정부 유치 활동이나 지역사회 공론화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울산과 경남, 충남 등 다른 지역에서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이 공개적으로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총력전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발전 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전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부산 남구에 본사를 둔 한국남부발전을 포함한 발전 공기업 통합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울산시의회는 통합본사 유치를 촉구했고, 경남에서는 행정부지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범도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충남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통합본사 유치를 공식 건의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부산 정치권에서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이후 해양 관련 공공기관 유치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에너지·연구개발 등 다른 분야 기관의 부산 이전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치 대상으로 40개 기관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산 산업과의 연계성과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핵심 기관을 추려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권 국힘 부산시당위원장 "김민석 부산 왔는데도 이전 얘기 없어"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부산시와 민주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부산시가 40개 유치 희망기관을 정했다면 각 기관이 왜 부산에 필요한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지난 19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부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전재수 부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위원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대표가 부산까지 내려와 전 시장을 만났는데 북항 돔야구장 이야기는 나왔지만 정작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전 시장에게 관련 상황을 물어보지도 않았다"며 "집권여당 대표가 부산을 방문하고도 가장 중요한 지역 현안 중 하나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40개 기관이 왜 부산에 필요한지, 부산에 오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담은 시 주도의 공론화가 필요한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자체의 유치 노력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부산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부서별 대책 마련…김민석에도 지원 요청"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전 시장에게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고, 지난 11일에는 부산 지역 정치권이 참여한 공공기관 이전 관련 국회 토론회도 열었다. 정치권에서는 이전 대상 기관이 구체화하기 전에 부산시가 유치 희망기관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기관별 산업 연계성과 경제적 파급효과,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담은 구체적인 설득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부산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대응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은 전 시장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이라며 "각 부서에서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부산의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신경 써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결국 부산에는 핵심 공공기관을 직접 끌어오기 위한 치열한 유치전과 부울경 전체의 이해를 조정하는 공동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놓였다.
부산에 반드시 필요한 전략기관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보다 한발 앞선 유치 논리를 마련하는 한편, 부울경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관은 3개 시도가 서로 지원하는 협력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