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보전사업 '국감' 여론 점화…'보조금 사건' 항소 변론 재개

강원 횡성군 갑천면에 위치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구본호 기자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을 집중 조명한 강원CBS 기획보도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멸종위기' 이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행정부는 최근 홀로세연구소가 원주지방환경청장을 상대로 낸 서식지외보전기관 국고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및 반환명령처분 취소 소송의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오는 26일 해당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원고 측(홀로세연구소)의 기일 연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같이 결정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회 환경 분야 정책 담당 전문위원이 재판부에 홀로세연구소와 관련된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공식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선 민주당 환경 수석 전문위원은 재판부에 "본 사건과 관련해 제출된 자료와 관계 법령, 멸종위기야생생물 보전사업의 운영 실태를 검토한 결과 특정 기관의 보조금 집행 적정성만을 다투는 개별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관계 기관에 대한 자료 요구와 사실관계 확인 등을 통해 제도의 적정성과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만큼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앞서 관련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국가의 생물다양성 정책과 멸종위기종 보전제도의 운영 전반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공공성이 매우 큰 사안"이라며 "본 사건에서는 장기간 유지돼 온 민간 자부담 구조의 적정성과 국가보조금 지급 방식, 행정절차의 적법성, 국가와 민간기관 간 역할 분담의 타당성 등 제도적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쟁점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국가의 생물다양성 정책과 멸종위기종 보전제도의 개선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 과제로 판단된다"며 "현재 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국정감사 등을 통해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감사는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행정부의 정책과 행정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공식적인 국회의 권한"이라며 "본 사건과 같이 국가정책의 구조적 문제 여부가 함께 제기되는 사안에서는 국회의 검증 결과가 행정의 실태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본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의 멸종위기종 보전정책과 국가책임의 범위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공익성이 매우 큰 사안"이라며 "향후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정한 판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위당숲학교, 사단법인 저스피스(지학순정의평화상), 원주횡성촛불행동, 민주노총 원주지역지부, 강원생태네트워크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횡성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찾아 멸종위기종 보전 현장과 사업 운영 실태를 살폈다. 홀로세연구소 제공

앞서 홀로세연구소는 원주지방환경청이 2023년 12월 내린 국고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및 반환명령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주환경청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연구소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직원 인건비와 거래대금 등을 되돌려 받아 서식지외보전사업 자부담금 등에 사용했다며 3억165만여 원과 이자 6678만여 원을 반환하도록 했다.

연구소 측은 교부받은 보조금을 멸종위기종 보전사업 외 다른 사업에 사용한 것이 아니며, 국고보조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자부담금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업에 계획보다 많은 비용을 투입했고 일부 보조금은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직원 인건비와 거래대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을 되돌려 받아 자부담금으로 사용한 것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지급받을 수 없는 보조금을 받기 위한 '거짓 신청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보조금 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보조금 지급 당시가 아닌 교부결정이 취소된 2023년 12월부터 진행된다고 봤다. 이에 붉은점모시나비 모니터링 및 서식지 평가사업 관련 반환명령 부분은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하고, 나머지 연구소 측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연구소 측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변론 기일은 국정감사 이후인 오는 10월 28일로 잡혔다.

한편 정의당 강원도당과 가톨릭환경연대,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등 시민사회·환경단체·정치권은 성명과 입장문을 통해 국가의 멸종위기종 보전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생태학회도 멸종위종 보전 체계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6일 강원 횡성군 갑천면에 위치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만난 이강운 소장. 구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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