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발생한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를 두고 경찰이 현대중공업을 '도급인'으로 보고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 추락사망사고를 두고는 현대자동차 측을 '발주자'로 판단해 불입건한 사건과 비교해 법적 해석의 차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 끼임사 발생 HD현대중공업 '도급인'으로 보고 입건 검토
20일 CBS 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은 지난달 군산조선소 끼임사 두고 현대중공업을 사고의 책임이 있는 '도급인'으로 보고 있다.앞서 지난 7월 24일 오후 4시 44분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내부에서 선박 외판 용접 작업을 하던 A(30대)씨가 러그(고정용 고리) 취부 장치를 운용하던 중 이미 설치해 둔 러그와 장치 사이에 끼어 숨졌다.
경찰은 현대중공업에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4일 현대중공업과 협력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판단 근거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다. 산안법 제2조 제7호는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로 명시하고 있으며, 도급인에 해당할 경우 같은 법 제 63조에서 정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찰의 판단은 지난해 10월 3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바닥 덕트 철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 B(50대)씨가 추락해 숨진 사고를 두고 현대자동차 측을 '건설공사 발주자'로만 보고 입건하지 않은 점과 차이가 있다.
B씨의 작업 현장은 구멍이 뚫린 장소였음을 인지할 수 있는 안내판이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설비 등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경찰의 해석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추락사 발생한 현대자동차는 '발주자' 판단 불입건…차이 왜?
경찰이 두 사고를 두고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결정적인 차이는 사고 당시 노동자가 하고 있던 작업의 본질과 안전조치 이행 여부다. '선박 외판 용접'과 '바닥 덕트 철거' 작업이 각 사업장의 핵심·필수 업무였는지, 그리고 법적 안전조치 의무를 수행했는지에 따라 두 회사가 질 책임의 크기가 달라졌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하는 중요 기준은 '해당 공사가 사업의 유지 또는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였는지' 등이다.
군산조선소 끼임 사망 사고의 경우, A씨의 선박 외판 용접 작업은 배를 제조하는 조선소에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공정이었다. 여기에 사고 당시 작업 공간 확보를 위해 '러그 취부기'로 사용되는 지게차 지붕을 임의로 낮추는 등 불법 개조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은 현대중공업이 도급인으로서 마땅히 다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의무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반면, B씨의 덕트 철거 작업이은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제조'라는 핵심 공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본질적인 사고'였다. 또한 사고 당시 공장 전체 가동이 멈춘 상태였다.
경찰은 B씨가 떨어진 구멍이 현대자동차가 아닌 철거 작업을 맡게 된 철거업체가 임의로 구멍을 뚫어 만든 공간이었던 점, 현대차가 공사안전보건대장 작성 등 산업안전보건법이 명시하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의 의무는 다했다는 점을 참작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불입건하고, 하청업체 관계자만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 해석 두고 노조 "현대차 책임 어려워…현대중공업은 명백히 잘못"
현대중공업 끼임사와 현대자동차 추락사를 두고 경찰의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노동계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현대중공업의 책임을 두고서는 입을 모았다.염정수 민주노총 전북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추락사고가 발생한 장소가 현대자동차가 평소에 쓰던 작업 공간이 아닌 철거 업체가 임의로 구멍을 뚫은 것이라 현대차의 책임을 묻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조 관계자 A씨도 "철거 공사를 맡게 된 업체가 자격이 있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확인했는지 의문이다"며 "경찰이 현대차를 아예 입건하지 않은 것을 두고서는 직원별로 입장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중공업 사고를 두고선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염 국장은 "조선소의 특성상 하청업체의 작업들은 배를 만드는데 대부분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것이기에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전국금속조노 현재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현대중공업 측이) 임의로 지게차를 개조해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헤드가드를 없앴기에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HD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3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군산 사고 일주일 전인 7월 18일 울산조선소에서도 우주베키스탄 노동자가 끼임사고로 숨졌고, 지난 4월엔 잠수함 청소를 하던 60대 노동자가 화재 사고로 숨지기도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 사업장 3곳과 본사를 대상으로 약 60명의 감독관을 투입해 중재재해 핵심 안전수칙 이행 여부와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등 고강도 근로감독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