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안보도 경제도 공짜는 없다…韓, 대체불가능 국가 돼야"

이언주 의원, '공짜 질서는 끝났다' 26일 출간
"자기 코 석자 된 美…공짜로 질서 제공 못해"
"韓, 기술 주권으로 패권 경쟁서 살아 남아야"
"미중 모두와 우호적 관계…'연결 국가' 가능"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우리나라를 향해 "이란에서 매우 쉬운 군사 작전을 두고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나라를 보호해줄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동맹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관세 장벽도 거듭 높이려 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짜 질서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부담을 느낀 미국이 우리를 비롯한 동맹국에 대가를 요구하면서 자유 무역의 이점이나 적은 비용으로 누리던 안보 혜택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국가로 거듭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고, 결국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우려다.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이 의원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원자력발전소 등 우리가 갖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생각을 담은 저서 '공짜 질서는 끝났다'(메디치미디어)를 펴냈다. 지난 19일 예약 판매가 시작됐으며 오는 26일 발행된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저서 제목의 '공짜 질서'라는 표현이 상당히 강렬하다.
 
A. 서구 사회가 경제로는 자유 무역 질서, 안보로는 미국이 세계 경찰로서 안보를 책임지는 질서가 일정 기간 유지돼 왔다. 그러한 공짜 질서가 사실 금융위기 직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생산 기지로만 작동할 줄 알았던 개발 도상국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에 위협적인 경쟁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은 이제 자기 코가 석자가 된 상황에서 더 이상은 공짜로 이런 질서를 제공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Q. 우리나라에 닥친 위기 상황은 무엇인가.
 
A. 이제는 동맹도 대가가 있는 동맹이다. 우리가 반대 급부를 제공해야 동맹 속에서 전략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경제도 그냥 자유 무역이 아니다. 공급망 속에서 하나의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유럽과 중국은 2010년대부터 변화에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최근 들어서야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10년 이상이나 늦었다. 준비를 계속 착실히 해온 중국은 기술 강국으로의 준비가 마무리돼 가는 상황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를 이미 추월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도 '왜 자유 무역 질서를 지키지 않느냐' '왜 안보에 대해 분담금을 내라고 하느냐'는 얘기를 한다. 지금이라도 변화를 해야 한다. 공짜 질서가 끝난 지금 이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Q. 공짜 질서가 사라진 상황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은 어떻게 갖출 수 있나.
 
A. 기술 주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과 에너지가 있다. 시장이 크면 그 자체를 갖고 무기화하는 시대가 됐지 않나. 이런 걸 갖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에 서게 되는데, 우리는 시장이 크지 않고 부존 자원도 없어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면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인적 자원과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 주권을 갖고 패권 경쟁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Q. 우리나라를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끼인 국가'로 보는 시선도 있다.
 
A. 끼인 국가라고 하는 것은 패배주의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그런 정도의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속에 우리가 굉장히 필수적인 또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미국의 AI 인프라 공급망 에서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원천 기술은 갖고 있지만 한국의 설계와 기술력이 없으면 원전 건설은 불가능하다. 조선도 마찬가지고 배터리도 중국에 조금 밀렸지만 기술력 면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중국이 못 따라오고 있다. 패권 경쟁 속에서 끼인 국가가 아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국가가 될 수 있다.
 
Q. 저서에서 우리나라는 '연결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 제가 제시하는 생존 전략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여러 글로벌 세력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일본이나 대만과 달리 이점이 있다. 그동안 북방 정책을 해오면서 중국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대화할 수 있는 국가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지만 대화가 필요하지 않나? 그럴 때 우리가 필요할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에서 사전 회담을 한 것처럼 이란 전쟁 과정에서 휴전 회담을 파키스탄에서 하지 않았나. 미국과 이란 양쪽에서 신뢰를 받는 국가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러시아와 적대적이지만 우리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 국제 관계에서 우리는 연결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Q. 대체 불가능한 국가가 되려면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이 중요할 것 같다. 공짜 질서가 사라진 환경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예상되나.
 
A. 시간과 글로벌 환경이다. 글로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가프로젝트는에는 세 가지가 있다. 반도체, 에너지, AI 인프라. 그런데 이 세 가지 모두 중국의 아주 거센 추격이 있다. 반도체는 턱밑까지 왔고 피지컬 AI같은 경우에는 이미 우리를 앞서 있다.
 
다행히 미국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면서 우리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미국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원조해주고, 우리는 그에 의존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어떠한 대가나 전략적 협력을 요구하면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떠한 포지션과 역할을 맡아 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글로벌 생존 경쟁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책 드라이브를 지지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
 
Q. 그런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국민도 변화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같다.
 
A. 그렇다. 이 책을 쓴 것도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과거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제는 민주화였다. 그래서 민주시민 교육이 강조됐다.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는 경제와 안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생존 경쟁에서 자국 산업과 자국민의 일자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전기차는 압도적이다. 내년이면 국내 점유율이 50%가 될 것이다. 전기차 생태계가 무너지면 배터리, 피지컬 AI도 무너지면서 일자리까지 사라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반도체로 먹고 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겠나. 기술 주권을 상실하면 결국 기술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안보에 대한 시민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경제·안보 시민 운동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 그 시작으로 책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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