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세수, 미래 성장에 쌓는다…'미래대응기금' 신설

장기추세 웃도는 추가세수 적립…세수 감소 땐 재정 안전판
청년·AI 등 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4대 분야 집중 투자
다부처 기금으로 운용…관련 패키지 법안 9월 국회 제출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비공개 당정협의에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최은옥 교육부 차관 등이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대규모 세수 증가분을 인공지능(AI)과 미래산업, 청년 등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단기적인 소비성 지출에 소진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생산적 투자에 활용하는 동시에,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세수가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문제를 완화하는 재정 안전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AI 확산에 맞춰 국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향후 2~3년을 우리 경제의 성장판을 열 수 있는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5년 1.9%에서 올해 1.7%, 내년 1.5%까지 떨어지고 2040년대에는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재정 여력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생산적 지출로 전환해 미래 성장 분야에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발생하는 세수 변동성을 줄이는 것도 기금 신설의 또 다른 목적이다.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은 통상 3~5년의 업황 주기를 보이는 만큼 호황기에는 세수가 크게 늘고 불황기에는 급감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세수가 늘 때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줄 때 지출을 축소하면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키울 수 있어, 호황기의 추가 세수를 기금에 쌓았다가 필요할 때 활용하는 완충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추세 웃돈 세수 기금에 적립…세수 줄면 다시 꺼내 쓴다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은 세수가 장기적인 증가 추세를 웃돌아 발생하는 '추가세수'다.

정부는 차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이 최근 10년간 내국세 결산액의 연평균 증가율을 토대로 계산한 추세치를 웃돌 경우 그 차액을 일반회계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넘겨 적립하기로 했다. 반대로 세입예산이 추세치를 밑돌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재원을 전출한다.

예컨대 반도체 슈퍼사이클처럼 경제구조 변화나 큰 폭의 경기 변동으로 평상시 추세를 넘어서는 세수가 발생하면 이를 모두 당해 지출에 사용하는 대신 일부를 미래를 위해 쌓아두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히는 일반적인 '초과세수'와 구분한다. 추가세수가 장기 추세를 웃도는 세수 증가분이라면 초과세수는 세수 추계 오차나 단기 경기변동 등으로 당해연도 세입예산을 넘어선 부분이다.

초과세수도 기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년 9월 세입 재추계 결과 변경된 내국세 세입예산이 기존 세입예산보다 늘어난 경우 그 증가분을 기금에 넣고, 세입결손이 발생하면 반대로 기금에서 재원을 꺼내 쓸 수 있도록 한다.

세계잉여금을 법정 절차에 따라 정산하고 남은 재원과 기금 여유자금을 채권·주식 등에 투자해 얻은 운용수익도 기금 수입에 포함된다. 구체적인 기금 규모는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청년·AI·지방·인재에 집중 투자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렇게 조성한 미래대응기금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청년 분야에서는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혼인·출산 등 성장단계별 지원에 기금을 활용한다. 첨단·선호 분야 직업훈련과 일경험을 확대하고 청년 선호주택 공급과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 구축, 결혼·출산·양육 비용 부담 완화 등을 지원한다.

성장동력 분야에는 AI와 3대 메가프로젝트, 7대 SEED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진다.

프론티어급 AI 개발과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AIDC) 등을 지원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 SMR과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공급망 등 미래 성장을 이끌 7대 SEED 기술에도 기금을 투입한다.

지방 분야에서는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지방주도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 인구 유입을 위한 주민 생활인프라 확충과 농어촌 기본소득 확산, 행정통합과 지방미래성장지원 등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이 포함된다.

교육·인재 분야에서는 초격차 인재 양성과 희망사다리 구축을 목표로 이공계·과학기술 우수 인재 양성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 대학 경쟁력 제고, 직업·기술교육 개선 등 고등·평생교육 강화와 영유아 교육 등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들 사업 가운데 자본 축적(New-Capital), 과감한 투자(Enterprising), 탄력적 집행(fleXible), 시급성(Timely)을 뜻하는 이른바 'NEXT 원칙'에 부합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5개 계정으로 운용…여유자금은 적극 투자

미래대응기금은 여러 부처가 함께 사용하는 '다부처 기금'으로 운영된다. 기획예산처가 전체적인 기금 운용을 맡고 각 유관 부처가 기금 재원을 활용해 소관 재정사업을 직접 수행한다.

기금에는 총괄계정과 청년계정, 성장동력계정, 지방계정, 교육·인재계정 등 5개 계정을 설치한다.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기금운용심의회와 4대 중점 투자 분야별 분과위원회도 구성한다.

당장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여유자금은 전담운용기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운용한다. 기금 목적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해 안정적인 사업비를 확보하고 운용수익률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함께 내국세에 직접 연동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 제도도 손질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개편으로 마련되는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에 넣어 교육 분야에 다시 투자한다.

지방교부세는 현행 19.24%의 내국세 연동률을 유지하되 산정 대상이 되는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제외한다. 대신 미래대응기금에 지방계정을 설치해 지역성장거점 조성과 정주여건 개선 등에 재투자한다.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미래대응기금 관련 패키지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 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획처 박성훈 미래대응기금 TF 단장은 "이번 추가 세수를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한 일시적 소비성 지출로 소진하거나 재정건전성 관리에만 치중할 경우 대변혁의 분수령을 놓칠 우려가 있다"며 "이번에 예상되는 추가 국세 수입을 잠재성장률 확충을 위한 생산적 지출로 전환해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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