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람들이 제주해녀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산소통 없이 바다에 들어가는 잠수 기술이 아니었다.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전시와 연계한 대담회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한 번은 가파도 현직 해녀와 제주해녀박물관 학예사, 민간 전문가, 두 번째는 이번 전시 총괄 큐레이터와 해녀문화를 현장에서 취재해 온 전문가가 참여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공동체'를 만나러 모인 사람들
전시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면, 대담은 사람들의 질문을 끌어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브라질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주해녀와의 대화'와 '해녀문화 이해'주제 대담회에는예상보다 훨씬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행사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객석은 하나둘 채워졌고, 문화원 관계자들도 낯선 풍경이라고 입을 모았을 만큼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문화원 관계자들이 더욱 주목한 것은 참석자들의 면면이었다. 평소 문화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관람객보다 전시를 본 뒤 다시 찾아온 사람, 지인의 소개를 받고 일부러 시간을 맞춰 온 현지 한국인 이민 2세,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가족까지 다양한 얼굴들이 객석을 메웠다.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사람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조금 달랐다. 평소 관심 있는 아이돌의 공연을 보러 온 것도, 인기 있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제주해녀와 해녀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다.
응원이 된 해녀의 경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질문이 이어졌다. 객석 분위기는 첫 질문부터 달랐다. "바다에 들어갈 때 무섭다고 느끼지 않느냐.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고 싶다"산소통 하나 없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해녀를 보며 누구나 가질 법한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질문의 끝에는 기술보다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익숙해질 때까지 계속 바다에 들어갑니다. 옆에 의지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힘이 됩니다. 만약 물이 무섭다면 이런 해녀의 방식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파도 해녀의 대답은 두려움을 이겨낸 경험이면서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응원처럼 들렸다.
질문은 계속됐다. 한 어린아이는 손을 번쩍 들고 "해녀들은 자기들이 잡은 해산물은 다 먹어요?"하고 물었다. 객석에는 웃음이 번졌지만, 해녀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었다.
가파도 해녀부 회장은 잠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다 먹지 않아요. 팔아서 필요한 것을 사지요."
짧지만 바다에서 얻은 것을 삶으로 바꾸는 해녀들의 방식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해녀들은 바다가 허락하는 만큼만 채취한다. 때가 되면 갯닦이를 하고, 종패를 뿌리며 다음 세대도 다시 물질할 수 있도록 바다를 돌본다. 바다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신뢰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
물벗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에서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해녀들은 물속에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온 사람은 아직 바닷속에 있는 물벗의 숨을 기다린다.그래서 물벗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함께 일하는 동료를 잃는 일이 아니다. 해녀공동체는 물벗을 잃었을 때 급하게 빈자리를 채우지 않는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가까이 함께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객석에서는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질문들은 해녀들이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해녀에게 바다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함께 누리고, 함께 지키며,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삶의 터전이다.
결국 브라질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채취'가 아니라 '향유'(享有)였다.
질문은 하나둘 이어졌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도 잠수 기록을 묻지 않았다. 가장 깊이 들어간 거리가 얼마인지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해산물을 채취하는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해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였다. 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바다에 들어가는지,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서로를 먼저 살피는지, 왜 경쟁보다 공동체를 먼저 이야기하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나의 물벗은…"
그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이유와도 연결됐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것은 뛰어난 잠수 기술만이 아니었다. 세대를 이어 전승되는 지식,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 그리고 공동체를 지키는 삶의 질서였다.
첫 번째 대담이 해녀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면, 며칠 뒤 열린 두 번째 대담은 조금 다른 풍경으로 이어졌다.
같은 공간이었지만 질문은 달라져 있었다.
해녀를 향하던 질문은 어느새 자신을 향하기 시작했다. '물벗'이라는 단어가 소개되는 순간 객석의 공기가 달라졌다. 제주 바다에서 물벗은 함께 물질하며 서로의 생명을 지키는 동료를 뜻한다. 위험한 순간 가장 먼저 자신의 숨보다 상대의 숨을 확인하는 사람이다.
첫 번째 대담에서 사람들은 해녀를 이해하려 했다. 두 번째 대담에서는 자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의 물벗은…' 그 한마디가 나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대담은 더 이상 제주해녀를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브라질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가족,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됐다. 그들이 들려준 '물벗'의 이야기는 이번 브라질 전시가 왜 특별했는지를 가장 잘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