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통과까지 '몸 낮추기'…부산 민주당, 시정질문·5분발언 접었다

전재수 부산시장(왼쪽)과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오른쪽). 부산시의회 제공

전재수 부산시장의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제339회 임시회에서 추경안과 관련한 5분 자유발언이나 시정질문을 준비하지 않기로 하는 등 국민의힘과의 불필요한 충돌을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다.

전체 48석 가운데 37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전 시장의 '민생회복 100일 비상조치'를 겨냥한 송곳 심사를 예고한 상황에서, 11석에 불과한 민주당이 정면 대응에 나설 경우 오히려 추경 심사 과정에서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 관련 5분발언·시정질문도 '자제'…추경 앞두고 몸 낮춘 민주당

부산시의회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15일간 제339회 임시회를 연다. 28일 제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31일과 다음 달 1일에는 시정질문이 예정돼 있고, 2일부터 7일까지 상임위원회별 추경 예비심사가 진행된다. 이어 8일부터 10일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1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최종 처리한다.

부산 민주당 시의원들과 변성완 전 시당위원장과 회의하는 모습. 부산 민주당 제공

이번 임시회의 최대 현안은 전 시장이 취임 후 처음 편성한 6374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다. 특히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인 '민생회복 100일 비상조치'에 2747억 원이 편성됐고, 동백전 캐시백을 기존 10%에서 15%로 높이는 데만 129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하지만 민주당 시의원들은 임시회 초반부터 추경 문제를 놓고 별도의 5분 자유발언이나 시정질문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관련 발언을 검토하거나 준비했던 의원들도 있었지만, 추경 심사를 앞두고 국민의힘과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10대 부산시의회 민주당 의원은 모두 11명이다. 기획재경위원회에는 김태희·한갑용 의원, 행정문화위원회에는 정영수·박정순 의원, 복지환경위원회에는 조용우·김정원 의원, 건설교통위원회에는 최은영·강승주 의원,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는 남명숙·박상현 의원, 교육위원회에는 라기오 의원이 각각 소속돼 있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추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전재수 시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지만, 본격적인 예산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5분 발언이나 시정질문으로 여야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은 추경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은 굳이 국민의힘과 갈등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힘은 이미 '송곳심사' 예고…동백전·지방채 쟁점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을 민선 9기 전재수 시정의 첫 예산 검증대로 보고 강도 높은 심사를 벼르고 있다.

부산시의회 본회의. 부산시의회 제공

핵심 쟁점은 동백전 캐시백 확대와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비다. 부산시는 동백전 캐시백 확대를 위해 1290억 원을 추가 편성하면서 오페라하우스 건립비 437억 원 가운데 300억 원은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정책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기간 캐시백 확대에 1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대형 인프라 사업에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재원 배분이 적절한지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1차 관문인 기획재경위원회부터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태효 기획재경위원장은 앞서 CBS와의 통화에서 "민생 100일 비상조치 공약 자체를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겠다"며 "동백전 캐시백 5%포인트 인상이 시장경제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최종 계수조정을 맡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국민의힘 최홍찬 위원장을 비롯해 전체 13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이 10명, 민주당이 3명이다. 사실상 추경안의 증·감액 여부를 국민의힘이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의 추경 심사 기조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시 집행부가 예산의 필요성과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고 의회 안에서는 최대한 충돌을 줄이는 편이 실익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 구성 때도 후보 철회…강대강 충돌 피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로키'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산 민주당 시의원들과 변성완 전 시당위원장. 부산 민주당 제공

제10대 부산시의회 출범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 중심의 원 구성에 맞서 의장과 해양도시안전위원장, 건설교통위원장 후보를 내기로 했다. 특히 의장 후보 등록에는 본회의장에서 정견을 발표할 기회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강무길 의장을 비롯해 송상조 제1부의장, 김재운 운영위원장, 김태효 기획재경위원장, 송우현 행정문화위원장, 서국보 복지환경위원장, 조상진 건설교통위원장, 윤지영 해양도시안전위원장, 김효정 교육위원장 등 의장단과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사실상 모두 가져가는 구도였다.

그러나 원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전재수 시정과 국민의힘 시의회 간 강대강 대치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입장을 바꿨다.

당시 국민의힘 의장 후보였던 강무길 의원이 전 시장 취임 직후 열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 참석을 취소한 데 이어 전 시장과 홍순헌 부산시 정책협치특별보좌관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갈등이 격화했다. 전화번호를 '스팸 처리'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시정 출범 초기부터 긴장감이 높아졌다.

결국 민주당 의원 11명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를 모두 철회했다.

이후 실제 의장단, 상임위원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의석 37석을 웃도는 40표 이상의 찬성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표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7개 상임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며 충돌을 피했다. 전재수 시정 출범 초기부터 의회와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틀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해외연수비 반납 의사결정과정서 '패싱' 불만 삼키고…9월 10일까지가 고비

최근 부산시의회가 국외공무출장을 전면 보류하고 해외연수 예산 1억5천 만 원을 반납하기로 한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중심으로 해외연수비 반납과 개원 축하 화분 기부 등이 결정됐고, 민주당도 그 취지 자체에는 뜻을 같이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결정이 사전에 공유되지 않은 데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후에도 별도 통보 없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데 불만을 품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지는 않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생 의회'를 내세우면서 의회 전체 명의의 결정을 사실상 다수당 중심으로 내린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공개적으로 쟁점화하거나 공식적인 문제 제기로 확대하지 않았다.

결국 일련의 행보에는 전 시장의 첫 추경안 통과가 걸린 이번 임시회를 앞두고 여야 갈등을 최대한 줄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시의원 48명. 부산시의회 제공

특히 다음 달 2일부터 7일까지 각 상임위원회가 추경 예비심사를 벌이고, 8일부터 10일까지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예결특위가 종합심사와 계수조정에 들어가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추경안의 최종 윤곽이 나올 때까지는 '저자세 모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의회 내 목소리를 낮추면서까지 지키려는 것은 결국 전재수 시정의 첫 추경이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원 구성 갈등 때 한 차례 몸을 낮춘 민주당이 이번에는 추경 통과를 위해 다시 한번 충돌을 피하는 길을 택한 가운데, 여야의 진짜 힘겨루기는 다음 달 8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예결특위 심사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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