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수험생 비율이 35%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2022학년도 선택형 수능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30%대로 내려가는 것은 처음이다.
자연계열 학과 지원 때 미적분·기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했던 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지정과목을 폐지하면서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확률과 통계'로 수험생들이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수능 수학영역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은 2022학년도 48.3%에서 2023학년도 51.8%, 2024학년도 54.9%까지 높아졌다. 이후 2025학년도 54.4%로 소폭 낮아진 데 이어 2026학년도에는 43.9%로 크게 떨어졌다. 미적분과 기하는 통상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선택한다.
대학들의 자연계열 수능 지정과목 폐지가 선택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4학년도까지만 해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10개 대학 가운데 성균관대와 서강대를 제외한 8곳이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면 수능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나 2025학년도부터 서울대를 제외한 9개 대학이 자연계열 학과 지원자도 '확률과 통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형 방식을 바꿨다. 이에 따라 자연계열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큰 미적분·기하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3월 학력평가에서 미적분·기하 선택 비율은 31.6%로 지난해 같은 시험의 40.5%보다 8.9%포인트 낮아졌다. 5월 학력평가에서도 32.2%로 전년 41.0%보다 크게 떨어졌다.
6월 모의평가에서는 34.8%로 지난해 43.6%보다 8.8%포인트 하락했고, 7월 학력평가에서도 34.8%에 그쳐 전년 41.3%를 밑돌았다.
종로학원은 지난해 미적분·기하 선택률이 6월 모의평가 43.6%, 9월 모의평가 44.0%, 실제 수능 43.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 수능 선택률도 최근 모의평가와 비슷한 3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종로학원은 "2027학년도 자연계 학과 합격생들은 미적분·기하 영역에서 과거 합격자들과 격차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능 수학 체계 자체가 바뀐다.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심화수학인 미적분Ⅱ와 기하는 수능 출제 범위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수능 성적만으로 자연계열 지원자의 심화수학 역량을 가려내기 어려워지면서 학교 내신에서 미적분Ⅱ·기하 등 심화수학 과목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 학과에서는 수능에서 심화수학 변별이 어려워지는 만큼 학교 내신의 심화수학 성적이 학생들의 수학 역량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27학년도 수능 원서접수는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