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유해 봉환 뒤엔 '무덤 찾는 공무원'이 있었다

공무원 안준범의 '무덤 찾는 남자'
역사학자 김성칠의 미공개 기록 '역사 앞에서 (상)'

틈새책방 제공

2021년 광복절,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서거 78년 만의 귀환이었다. 그러나 유족과 고려인 사회를 만나고, 카자흐스탄 정부와 협의하며, 파묘와 운구, 봉환 행사까지 준비한 실무자의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책 '무덤 찾는 남자'는 국가보훈부 전문관인 저자가 2012년부터 국외 독립유공자 묘소 실태 조사와 유해 봉환 업무를 맡아 온 14년의 현장 기록이다.

저자는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시아, 미국과 유럽에 흩어진 독립유공자의 묘소를 찾아다녔다. 남은 단서가 기록 한 줄, 사진 한 장, 희미한 증언뿐일 때도 현지 묘지를 뒤지고 명부와 비석을 하나씩 대조했다. 후손을 찾고, 행정기관을 설득하고, 다음 조사를 위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 그의 업무였다.

묘소를 찾는다고 곧바로 유해를 모셔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 정부 협조, 유족 동의, 파묘와 운구, 봉환 절차가 모두 필요하다. 유족이 고인을 가족 곁에 그대로 두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고, 현지 공동체에는 봉환이 또 다른 이별이 되기도 한다.

책에는 홍범도 장군뿐 아니라 2019년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된 계봉우·황운정 지사, 2024년 독일에서 돌아온 이의경 지사의 이야기가 담겼다. 세계 곳곳의 묘소를 따라가며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 이후의 시간을 되살린다.

'무덤 찾는 남자'는 봉환 성과를 나열한 업무 기록이 아니다. 끝내 찾지 못한 묘소, 위치는 확인했지만 정확한 매장 지점을 알 수 없었던 경우, 유해를 옮기지 않기로 한 후손의 마음까지 함께 담는다. 기억하고 예우하는 방식이 반드시 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일을 독립운동가들이 생애 마지막에 머문 장소를 찾아내고, 그들의 삶과 흔적을 다시 대한민국의 역사 속으로 되돌려 놓는 일이라고 말한다.

안준범 지음 | 틈새책방


창비 제공

1945년 8월 16일, 해방 다음 날의 거리는 싱글벙글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병중의 아내는 기쁨에 떡과 술을 준비했고, 김성칠은 자리에 누워서도 한동안 잠들지 못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 단순하지 않았다. 해방은 곧 혼란이었고, 기대는 불안과 뒤섞였다.

역사학자 고 김성칠의 미공개 일기를 묶은 '역사 앞에서 (상): 한 역사학자의 8·15 일기'는 1945년 8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해방 직후 100여 일을 기록한 일기다.

김성칠의 '역사 앞에서'는 한국전쟁기 일기로 1993년 처음 출간된 뒤 한국 현대사의 주요 기록으로 읽혀 왔다. 이번 책은 그보다 앞선 시기의 일기가 새로 발견되면서 나왔다. 전쟁 중 사라진 줄 알았던 공책 한 권이 가족 유품 속에서 확인된 것이다.

새 일기의 무대는 서울이 아니라 충북 제천군 봉양면이다. 이화여대 사학과 정병준 교수는 해제에서 한국전쟁기 일기가 서울대 사학과 교수이자 가장의 전쟁 체험담이었다면, 해방 직후 일기는 면 단위 지방사회에서 벌어진 생생한 해방직후사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해방을 맞은 사람들의 들뜬 표정만 담긴 것이 아니다. 물가 폭등과 쌀값, 급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생활고, 정치의 무능을 바라보는 분노와 탄식도 함께 적혀 있다. 김성칠은 1945년 11월 17일 일기에서 "이 모순 밑에서 이만치 질서를 지켜가는 것이 기적"이라고 썼다.

해방 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선명하다. 그는 영어 몇 마디를 익히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잃어버린 자기를 다시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적었다. 광복이 외부 정세 변화 속에서 찾아왔다면, 마음의 조국은 스스로 공부하고 성찰해야만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창비는 기존 한국전쟁기 일기 '역사 앞에서'를 2026년 말 '역사 앞에서 하: 한 역사학자의 6·25 일기'로 개정 출간할 예정이다.

김성칠 지음 | 정병준 해제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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