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에 뛰어든 2030 투자자들…"하락장에 병원행 2배 늘어"

'포모' 느껴 투자…처음 겪는 하락장에 충격
"300 찍었을 때 팔 걸"…우울·불면 호소 2030
전문가 "7월 하락장에 병원 찾은 투자자 2배 늘어"
생애 첫 투자한 2030, 관련 환자의 절반 이상
"충동 재검토하고, SNS·커뮤니티 노출 줄여야"

AI 생성 이미지

"가슴이 답답하고, 죽고 싶은 마음이에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회초년생 최모(26)씨는 매수 당시보다 주가가 떨어진 것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손실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9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대형 유튜버도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하락 이후 "우울증이 온 것 같다"고 심경을 밝히며 투자 손실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주 급등기에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느껴 처음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이후 하락과 손실을 겪으면서 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2030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 밤 후회"…불면증 시달리는 2030 초보 투자자들


최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장이 열리기도 전에 주식 앱을 켠다. 장이 마감된 뒤 밤에도 잠들기 전까지 주식 시세를 들여다본다. 볼 때마다 고민과 스트레스는 커지지만 어느새 습관이 됐다.

그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당시 SNS와 뉴스에서는 주가 급등으로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는 이야기와 함께 "연말이면 집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최씨는 "다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길래 준비가 안 됐지만 조금 무리를 해서 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최씨가 매수한 1주당 30만 원 중반대 가격에서 10만 원 이상 떨어졌다. 최씨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할 때도 습관적으로 주식 창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숨만 나오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은 다 돈을 벌었다는 것 같은데 나만 손해를 본 것 같고 돈을 잃은 기분이라 힘들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모(31)씨도 "남들이 다 샀다는 '삼전닉스'가 한창 오르고 있을 때 매수했다"며 "지금은 매일 '차라리 SK하이닉스 주가가 300만 원을 찍었을 때 팔 걸'하는 후회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밤마다 잠도 잘 안 오고 주식의 '주'자만 들어도 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면서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제 다른 종목을 샀다 팔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는 "그만하고 싶은데도 주식에 중독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주가 하락에 또 후회하고 우울해서 힘들어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 우울증' 환자 2배 늘어…"청년이 과반"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주식 우울증'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해온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6월 말부터 7월 초, 주식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며 "지난 6월까지는 일 평균 4~5명 수준에서 지금은 하루 평균 11명 정도가 주식 문제로 방문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주식 하락에 따른 우울감과 불안 등을 호소해 병원을 찾는 환자 가운데 2030 청년의 비율도 크게 늘고 있다. 박 전문의는 "예전에는 2030 청년 비율이 15%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이들이 55% 정도로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하락장과 큰 금전적 손실을 처음 겪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고통도 크다는 점이다. 상승장에서 처음 투자를 시작한 경우가 많아 주가 하락과 손실을 경험해보지 못했고, 그에 대한 면역력과 회복 탄력성도 낮아 큰돈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을 더 크게 느낀다는 설명이다.

박 전문의는 "특히 몇 억 정도의 큰돈을 잃게 되면 지진과 같은 수준의 재난을 느낀다. 자신의 생활 터전과 의식주를 앗아가 버리는 경험이기 때문"이라며 "강박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비교 증후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도 "기대에 대한 상실감은 아주 큰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며 "게다가 레버리지를 사용했거나 부채까지 지는 등 큰 손실을 봤다면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이다. 또 개인 특성에 따라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게 돼 부정적 감정이 더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 투자 활동을 일시적으로 줄이거나 중단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만드는 SNS 등과 거리를 둘 것을 조언한다.

박 전문의는 "주식 앱을 삭제하고 알림을 끄거나, '사야겠다'는 충동이 생겼을 때는 24시간 후에 재검토하는 '쿨링 규칙'을 지키는 방법이 있다"며 "'포모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생각되면 커뮤니티나 SNS를 멀리하는 등 사회적 노출을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교수도 "자신이 주식 하락 등 손실에 대한 감정 반응이 센 편이라면 채권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알아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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