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비만 전문인 내분비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사도 아닌데, 흉부외과 의사인 제가 나서서 비만을 말하는 게 맞나' 싶어 주저했습니다. 하지만 저만큼 평생 극심하게 뚱뚱했고, 위 절제 수술까지 받고, 차세대 비만 약물까지 직접 다 써본 의사는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만 환자들이 겪는 처절한 고통과 시행착오의 경험을 알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장형우 교수는 평생을 고도비만 환자로 살며 겪었던 부상과 절망적인 심경, 그리고 마침내 비만을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2020년 위를 잘라내는 비만대사수술을 받고도 체중이 다시 불어났던 그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투여하며 마침내 78kg(-40kg 감량)에 안착했다. 장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건강비책>에 출연해 『비만록: 나는 마운자로를 맞는 의사다』를 쓰게 된 계기와 함께 비만 환자들을 위한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118kg 시절의 수난사…아킬레스건 부상과 밤마다 겪은 '질식의 공포'
장 교수의 젊은 시절은 비만과의 처절한 사투였다. 어린 시절 밤에 너구리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부모님이 말리자 어두운 방에서 서러워 눈물을 흘렸고, 대학 시절에는 짝사랑하던 이에게 "뚱뚱한 남자는 싫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비만으로 인한 신체적 위기는 의사가 된 후 찾아왔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4년 차 치프(레지던트 대표) 시절, 응급 CPR(심폐소생술) 호출을 받고 118kg의 몸으로 병동 복도를 전력 질주하던 순간 오른쪽 발뒤꿈치에서 '빡' 하고 전기가 오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때 다친 아킬레스건은 살을 뺀 지금까지도 고질병으로 남아 있다. 장 교수는 "뚱뚱한 사람이 달리거나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 자체가 인대와 관절을 망가뜨리는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당직실에서의 밤은 질식의 공포 그 자체였다. 자다가 깨어나 보면 자신도 모르게 벽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이 잦았다. 중증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잠든 사이 기도가 막혀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뇌가 살기 위해 강제로 몸을 깨워 앉혀놓았던 것이다. 장 교수는 "수면무호흡 상태에서는 순간 혈압이 180~200mmHg까지 치솟는다"며 "40세에 당화혈색소 6.0%(당뇨 전 단계)를 확인했을 때, 이대로 가다간 50대·60대에 발가락을 잃거나 시력을 잃고 노인이 되기 전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위 절제 수술 후 찾아온 요요…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비만 탈출
물러설 곳이 없던 장 교수는 2020년 위를 잘라내는 위소매절제술을 받았다. 체중이 90kg까지 줄었으나 이내 서서히 다시 찌기 시작해 감량 폭의 40%(12kg)가 다시 늘어나며 102kg에 도달했다. 위를 물리적으로 줄여놓아도 뇌의 체중 기억이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반발력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당시를 돌아보며 장 교수는 "수술 직후 살 빠졌다고 섣불리 나섰다면 망신당할 뻔했다"며 씁쓸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전은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된 '위고비'를 맞기 시작하면서 찾아왔다. 97kg에서 멈춰 있던 눈금이 움직이며 10개월 만에 16kg이 빠져 81kg에 들어섰고, 이어 '마운자로'로 넘어가 추가로 3kg을 더 감량해 마침내 꿈에 그리던 78kg을 달성했다. 약 40kg을 감량하며 비만을 완전히 벗어났다.
"위고비·마운자로 요요 없이 끊는 법? 고도비만에겐 허상"
장 교수는 최근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위고비·마운자로 요요 없이 잘 끊는 법'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약으로 20~30kg 이상 감량한 고도비만 환자가 약을 완전히 끊고 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체중 세트포인트(Set Point)에서 멀어질수록 뇌가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려는 반발력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일상을 포기하고 살 빼는 것만을 직업으로 삼는 수준의 초인적 인내가 아니라면 평범한 사람이 인내심만으로 버텨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평생 맞을 약값이 부담된다'는 이들에게도 뼈아픈 현실을 짚었다. 장 교수는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노인이 되기 전에 수명이 다할 수 있다"며 "수술이든 약물이든 검증된 의학적 수단을 동원해 하루빨리 비만에서 벗어나 평균 기대 수명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식탐은 의지박약 아닌 '체중 세트포인트'로 새겨진 뇌의 명령
장 교수는 날씬한 사람들은 고도비만 환자의 식욕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도비만 환자의 뇌 속에는 비정상적으로 높게 설정된 '체중 세트포인트'가 자리 잡고 있어, 신체가 그 높은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강력한 식욕 신호를 보내고 지방을 축적하도록 조종하기 때문이다.
"가족조차 뚱뚱한 사람을 보며 '왜 저렇게 미련하게 많이 먹느냐'며 정신병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앉은자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대여섯 개씩 먹고 끊임없이 음식을 생각하는 것은 뇌의 세트포인트가 내리는 강력한 생물학적 명령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비만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더 이상 헛된 다이어트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강하게 당부했다. 다음은 비만인들에게 전하는 장 교수의 마지막 메시지다.
"비만 치료에 만연했던 정신 승리와 가스라이팅은 이제 끝났습니다. 수술이든 약물이든 검증된 의학적 치료를 통해 빨리 비만을 탈출하고, 보통 사람과 같은 평균 기대 수명과 삶의 질을 되찾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