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금리 방정식…한은의 고심, 또 인상? 매파적 동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의 긴축 기조 전환을 공식화하며 3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때만 해도 8월 연속 인상이 당연해 보였지만 최근 변수들이 등장했다. "신중하고 유연한 정책 결정의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연 2.75% 0.25%p 올린 데 이어 3.00%로 두 달 연속 인상할지 주목된다. 기준금리 두 달 연속 인상은 2022년 4·5월이 마지막이었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의지는 확고하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16일 금통위 회의 직후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0%)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추가 금리인상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의 판단 근거로 경제성장률과 국민 소득, 물가 상승률을 들었다.
 
이 가운데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3.7%를 기록해 5년 만의 연간 3% 성장을 가시권에 뒀다. 경상수지는 흑자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면서 6월 흑자 규모가 500억 달러에 근접했다. 한은이 금통위 직후 발표할 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기존 2.6%에서 정부 전망과 같은 3%대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33년 만에 최대인 15.6%가 늘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인플레 지표인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2.6%가 올랐다. 2년 7개월만에 최고다.
 
7·8월 연속 인상의 조건이 모두 갖춰진 셈이다. 신 총재가 강조한 대로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을 금리로 눌러야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이달 초 부산항 신선대부두 모습. 연합뉴스

국내외 증권사는 상당수가 당초 동결에서 입장을 선회해 8월 연속 금리 인상에 표를 던졌다.  이번 주 금통위 전망 보고서를 낸 7곳 중 5곳이 0.25%p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8월 인상 쪽에 서 있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실물 경제 여건이 큰 폭의 성장률 상향으로 이어지면서 추가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며 만장일치 인상을 예상했다. 대신증권은 최종금리 전망도 총 3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존 3.25%에서 3.50%로 높여 잡았다.
 
하나증권 박준우 연구원도 "중립금리 추정 범위가 2~3%임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을 통해 긴축적인 영역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M증권 김명실 연구원은 "10월까지 인상 결정을 기다려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다"며 "8월 인상은 향후 더 높은 최종금리와 더 길어질 긴축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변수가 떠올랐다. 바로 가계부채다.
 
원래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 금리 인상으로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빚이 많아도 너무 많고, 또 너무 빨리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2천조 원을 넘어섰다. 석 달 동안 약 26조원이나 늘었다. 5년 만에 최대폭이다. 추가 금리 인상 시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과 소비 위축 등 내수에 미칠 충격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 문제는 심각하다. 한은 분석 결과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1조 8000억원 늘어난다. 1인당 56만원 꼴이다. 그런데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22조 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2.04%로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이자를 갚지 못하는 '깡통대출' 비율은 코로나19 당시 수준인 0.34%로 올라갔다. 올해 2분기 말 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사상 최대인 6조 4천억원으로 늘었다. 6개월 만에 1조 4천억원 넘게 급증했다. 금리가 더 오를 경우 한계 차주가 더 늘면서 금융기관 건전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
 
아울러 주식시장 조정과 원화 강세로 금융시장에선 긴축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한때 1560원대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은 11개월만에 1300원대로 하락하며 23일 기준 138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으로 지난달 생산자물가도 11개월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온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 제공

이에 따라 8월 동결 견해도 여전하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연속 인상을 해야 할 만큼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다"며 "수요 측 인플레이션이 2.6%로 높지만, 역사적으로 심각한 레벨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 손범기 연구원은 "동결 소수의견을 동반한 인상보다 인상 소수의견을 동반한 동결이 더 깔끔한 소통"이라며 10월에 이은 내년 2월 3.25%까지 인상 전망을 제시했다.
 
앞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매파적 동결'"을 예상했다.
 
권민수 한은 신임 부총재는 21일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를 올림에 따라서 정책적으로 효과를 내는 게 있겠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면서 "균형 있게, 신중하면서도 필요하면 유연하게 정책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27일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