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3~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2만7천741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대상자는 남성 1만908명, 여성 1만6833명이다. 연구팀은 최근 1년간 체중 조절을 위해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846명을 체중감량제 사용자로, 나머지 2만6895명을 비사용자로 분류했다. 복용한 체중감량제의 종류는 특정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체중감량제 사용자 가운데 2주 이상 연속으로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은 22.1%로, 비사용자 11.4%의 두 배에 가까웠다.
자살 생각을 경험한 비율도 사용자가 9.9%로 비사용자 4.5%보다 높았다.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을 받은 비율은 각각 8.4%와 3.4%였다.
자살 계획을 세운 경험은 사용자 2.2%, 비사용자 1.4%였고, 실제 자살 시도 경험도 각각 1.7%와 0.6%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이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보정한 뒤 분석한 결과에서도 체중감량제 사용과 정신건강 문제 사이의 관련성이 확인됐다.
체중감량제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우울 경험 가능성이 1.9배 높았고 정신건강 상담은 2배, 자살 생각은 2.7배 높았다. 자살 계획과 자살 시도 가능성도 각각 1.9배와 1.7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약을 복용했는데도 체중이 다시 증가한 사람에게서 정신건강 관련 지표가 두드러졌다.
체중감량제를 복용한 뒤 체중이 증가한 사람은 비사용자보다 우울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1.9배, 정신건강 상담을 받을 가능성이 1.8배 높았다.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은 4.2배에 달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체중감량제 복용이 우울이나 자살 생각을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팀 역시 약물 자체의 신경·정신학적 영향뿐 아니라 체중 조절 실패에 따른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체중감량제 사용 후 체중이 다시 증가할수록 우울 및 자살 관련 지표가 증가한 경향은 약물 사용 자체의 신경·정신학적 영향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 실패와 관련된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물 사용 이후 기대한 만큼의 체중 감량을 이루지 못하거나 체중이 다시 증가할 경우 자기 외모 불만족과 심리적 좌절감이 심화해 우울 관련 증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체중감량제 사용 및 체중 변화와 우울과 자살 생각 및 행동의 관련성'이라는 제목으로 대한가정의학회지(KJFP)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