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추가 의견수렴에 나선 법무부가 여론조사 문항을 마련해 관계부처 의견조회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공론화에서는 하루 동안 관련 정보를 학습하고 토론한 것만으로도 시민들의 인식이 상당폭 달라졌다. 촉법소년 연령처럼 형사책임과 재범, 보호·교정 정책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충분한 숙의 없이 대규모 여론조사에 부칠 경우 연령 하향에 우호적인 기존 인식만 재확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을 위해 여론조사 문항 가안을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기관에 공유하고 의견을 요청했다. 앞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한 성평등부 등의 의견을 참고해 조사 문항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의견수렴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성평등부로부터 강력·중대·반복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을 보고받은 뒤 "너무 미약하지 않냐"며 추가 논의를 주문했다. 일괄적으로 연령을 낮추거나 두 살 이상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루 숙의했는데도 달라진 답…'연령 하향' 37%→30%
여론조사는 1천명 이상의 대규모 표본을 통해 국민 인식을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처럼 형사책임과 재범, 보호·교정 제도 등이 얽힌 문제를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 찬반 형태로 물을 경우 기존 인식을 확인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실제로 올해 상반기 성평등부가 시민참여단 2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론화에서는 단 하루의 숙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
모든 범죄에 대해 촉법소년 연령을 일괄적으로 낮추자는 의견은 숙의 전 37.3%에서 숙의 후 30.2%로 7.1%포인트 줄었다. 반면 현행 연령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5.7%에서 17.0%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강력·중대·반복범죄에 한해서만 연령을 낮추자는 의견은 45.8%에서 46.7%로 소폭 증가했다.
소년범죄의 해법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형사처벌이 소년범죄와 재범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데 동의한 비율은 69.8%에서 59.4%로 10.4%포인트 낮아졌다. 반대로 가정·학교·지역사회의 지원과 적절한 교육·치료가 있다면 촉법소년이 변화할 수 있다는 응답은 59.0%에서 83.5%로 24.5%포인트 높아졌다.
관련 정보를 접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시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짧았던 첫 공론화…추가 의견수렴은 여론조사?
상반기 공론화 역시 충분한 숙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초 이 대통령의 주문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추진됐고, 연금제도나 원전 정책 등을 두고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과거 공론화와 비교하면 시민참여단에 주어진 숙의 시간은 하루에 불과했다.그럼에도 교육과 토론을 거친 전후의 응답이 상당폭 달라졌다. 추가 의견수렴에서는 오히려 시민들이 관련 쟁점과 정책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소년법 개정에는 촉법소년 연령을 몇 살로 정할 것인지 외에도 함께 논의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장래 범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범소년' 제도의 존폐부터 보호처분의 실효성, 피해자 보호, 재범 방지와 교육·치료 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소년사법 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려면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을 낮출 것인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연령 조정에 따른 효과와 한계는 물론 다른 정책적 선택지까지 충분히 제시한 뒤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익법단체 두루 강정은 변호사는 "촉법소년 연령에 관한 추가 여론조사는 즉각 재검토돼야 한다"며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형법의 대원칙인 책임능력을 수정하는 점에서 반드시 실증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연령 하향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연령 유지로 의결한 이유가 있다"며 "법무부는 소년사법의 주무부처로서 연령에 관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열악한 소년사법의 현재를 성찰하고, 소년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