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 전쟁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매기자 캐나다도 같은 규모로 맞대응하기로 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국 대표단은 주말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7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연장을 거부한 이후 양국 관계는 30여 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캐나다산 철강과 자동차, 목재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22일부터는 와인과 가구, 유제품, 시멘트, 의류 등 약 200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의 제품에 50% 관세를 추가로 매겼다.
협상은 캐나다의 문화·언어 정책을 둘러싼 충돌로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함께 캐나다의 프랑스어 표기 의무와 문화 보조금 제도 철회를 요구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캐나다산·프랑스어 콘텐츠를 지원하는 정책도 문제 삼았다는 게 캐나다 측 설명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협상 결렬 다음 날인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이 요구한 것을 내어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리는 "달러에는 달러로, 캐나다는 미국의 새 관세에 동일한 규모로 대응할 것"이라며 "공격을 받는다면 그건 전쟁 중이라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캐나다는 다음 달 8일부터 미국산 철강과 유제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종이, 전자제품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캐나다에 돌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이 철강과 자동차, 목재 등의 관세 인하를 제안했지만 캐나다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대표는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보복 관세를 두고는 "중국이나 할 법한 행동"이라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거듭 부르면서 빠르게 악화했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프랑스어권 문화 정책까지 문제 삼자 캐나다는 이를 국가 정체성과 맞닿은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캔디스 레잉 캐나다 상공회의소 대표는 "이번 관세 분쟁으로 미국은 비용 상승을, 캐나다는 고객과 투자 감소, 중소기업의 폐업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