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정상을 탈환한 '여왕' 안세영(24·삼성생명). 23일(현지 시각) 5살 위의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3년 코펜하겐 대회 이후 3년 만의 낭보다. 안세영은 당시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꺾고 한국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단식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도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썼다. 안세영은 단식에서 최초로 세계선수권 2회 우승을 이룬 선수가 됐다.
세계 랭킹 1, 2위의 대결이었지만 다소 싱거웠다. 안세영은 39분 만에 야마구치를 2-0(21-17 21-14)으로 완파했다. 야마구치는 1게임 16-15, 나름 접전을 펼쳤지만 안세영의 드롭샷과 대각 공격 등에 당했고, 2게임에서는 안세영은 33번의 랠리를 버텨내는 등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야마구치를 가볍게 제압했다.
야마구치는 한때 안세영의 천적이었다. 안세영은 여왕 탄생의 서막을 알린 2023년 1월 바로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 오픈 전까지만 해도 야마구치에 5승 11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그 대회 결승 2-1 승리부터 이날 세계선수권 결승까지 안세영은 야마구치에 15승 4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세계 2위 야마구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패였다. 경기 후 야마구치는 일본 배드민턴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조금 더 '이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생각도 있지만 완패였다는 느낌"이라고 결승을 돌아봤다. 시상대에서 아쉬운 표정을 지은 데 대해서도 씁쓸하게 웃으며 "그냥 완패라고 생각했다"면서 "조금 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술, 심리전 모두 안세영에 밀렸던 점을 인정했다. 야마구치는 "심리전에서 승부를 겨루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바람 등을 잘 활용해 제구를 잡아오는 과정에서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상대의 낮은 전개에 당했을 때는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묵직하게 수비를 전개하거나, 네트 앞에서 압박을 받아도 상대를 보며 승부를 겨뤄야 했는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오히려 웃었다.
지난해 야마구치는 4강전에서 안세영을 꺾은 천위페이(중국)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다만 올해는 안세영이라는 높은 벽에 막혔다. 야마구치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2연패에 대한 아쉬움은 솔직히 그리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상대에게 확실히 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야마구치는 안방에서 열리는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에서 다시 안세영과 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남은 경기에 대해 야마구치는 "전술과 기술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중국 마스터스(Super750)와 아시안게임까지 짧은 기간이지만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