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 박정성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이 취임 일성으로 한미 통상 리스크 관리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미국발 관세 재편과 전략산업 내재화로 기존 통상질서가 경제안보 중심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새로운 통상질서 형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본부장은 24일 취임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직면한 통상 환경의 변화는 반복되는 경기 순환 차원의 변화가 아니다"라며 "개방, 효율, 비차별 원칙이 지배했던 한 세대가 저물고 새로운 통상 질서가 자리 잡는 역사적 전환"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 질서를 만드는 주요 수단으로는 관세와 보조금, 산업정책, 공급망 클럽, 수출통제, 투자심사 등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촉발한 관세 재편과 전략산업 내재화 움직임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을 상수화하고 있고, 여타 중견국가들 간 연대의 움직임도 촉발하는 등 통상질서 재편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지는 한미 간 전략적 투자 이행은 "양국 관계에서 가장 큰 도전이자 기회"라며 "전략적 투자 협의를 통해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버금가는 새로운 양자 협력의 판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략적 투자 협의에서 올바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원자력·조선 등 한국의 전략산업 경쟁력을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박 본부장은 "대체불가 산업, 대체불가 기술 확보가 산업정책의 핵심이라면 이를 세계 공급망에서 실현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통상정책의 핵심"이라며 "우리는 반도체, 원자력, 조선 등의 대체불가 또는 대체불가를 향해 성장해가는 산업을 가진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세계 통상질서에 순응해야 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지분 있는 참여자로서 새로운 통상질서의 형성에도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왔다"며 "새로운 통상 질서, 우리가 써 갑시다"라고 조직 내부에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박 당시 통상차관보를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여한구 본부장이 직권면직된 지 엿새 만이다.
박 본부장의 발탁은 대미 관세·투자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협상의 연속성에 무게를 둔 인사로 평가된다. 박 본부장은 그동안 대미 관세협상 태스크포스(TF) 실무수석대표를 맡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대미 협상에 참여하는 등 관세·투자 협상의 핵심 실무를 맡아왔다.
1972년 대구 출신인 박 본부장은 대구 경원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바사우스이스턴대에서 법학박사(J.D.)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40회로 1997년 공직에 입문했다.
산업부 통상정책총괄과장과 무역정책관, 무역투자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통상차관보를 맡았다. 외교부 주제네바유엔 및 국제기구대표부 차석대사와 세계무역기구(WTO) 투자원활화협정 협상 공동의장 등을 지내 다자통상 협상 경험도 갖췄다.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주 변호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인선 당시 박 본부장을 "30년 가까이 통상 및 무역정책 분야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통상 관료"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미 관세 및 투자 협상의 실무 총괄을 맡아온 만큼 "급박한 대미 통상 현안 속에서 협상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국익을 극대화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