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은 왜 단두대로 갔고, 한국의 광장은 왜 빛났나

주명철 '두 도시의 대화'

여문책 제공

거리의 시민들은 더 이상 비장함만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촛불은 응원봉이 됐고, 구호는 재치 있는 깃발과 노래로 번졌다. 주명철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장면을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광장과 나란히 놓고 묻는다. 혁명은 어떻게 두려움을 넘어 축제가 되고, 민주주의는 어떻게 다시 시민의 몸짓 속에서 살아나는가.

'두 도시의 대화'는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을 펴낸 저자가 프랑스 혁명과 한국의 '빛의 혁명'을 비교해 쓴 책이다.

책은 프랑스 파리와 한국 서울이라는 두 도시를 오가며 혁명의 문화적 힘을 읽는다. 저자는 18세기 프랑스의 카페, 살롱, 독서 문화, 당구장과 극장 같은 사교 공간이 어떻게 수평적 관계와 공론장을 키웠는지 추적한다. 궁중의 오락이던 당구가 파리의 카페로 나오면서 신분과 서열을 넘어선 만남의 장이 됐다는 대목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혁명을 움직인 '정치 구호'만이 아니다. 사람들을 지치지 않게 만든 흥, 노래, 놀이, 유머, 연대의 감각이다. 프랑스 혁명기의 '자유의 나무'가 광장을 채웠다면, 한국의 거리에는 응원봉과 기발한 깃발이 등장했다. 저자는 이를 새로운 유형의 자발적이고 즐거운 정치 참여로 해석한다.

하지만 책은 혁명을 낭만화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프랑스 혁명이 자유와 평등, 우애를 내세웠지만 결국 공포정치와 단두대의 폭력으로 치달았던 장면도 함께 들여다본다. 로베스피에르의 원칙주의와 한계, 혁명가들이 서로를 반혁명으로 몰아가던 시대의 광기는 민주주의가 언제든 자기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그 점에서 '두 도시의 대화'는 현재의 정치 현실을 향한 역사학자의 발언이기도 하다. 저자는 2024년 한국의 비상한 정치 상황과 그에 맞선 시민들의 움직임을 프랑스 혁명의 경험과 겹쳐 보며, 민주주의가 한 번 얻으면 끝나는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약속이라고 말한다.

책의 흥미는 두 시대를 단순 비교하지 않는 데 있다. 파리의 카페와 서울의 광장, 자유의 나무와 응원봉, 단두대의 공포와 평화로운 시민 저항을 맞물리게 하며 혁명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함께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이 피로 쓴 민주주의의 원형이라면, 한국의 '빛의 혁명'은 즐거움과 품격, 평화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쓰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서울과 파리, 240여 년의 시차 속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가 결국 제도만이 아니라 거리의 사람들, 함께 부르는 노래, 끝내 물러서지 않는 시민의 몸짓 속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주명철 지음 | 여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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