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초호황을 맞아 올해 100조 원 안팎의 역대 최대 규모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직후에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환원 규모는 크지만, 자사주 소각 등 '세부 방식'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시장이 보다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에만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하는 방안을 의결했으며, 일단 올해 3분기에 30조 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우선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 주주환원책의 연장선상에서 국내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의 연간 환원을 약속한 것이다. 지난 2024년 1월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3년간 발생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재원 삼아 매년 9조 8천억 원 규모의 정규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3개년 정책 하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2년간 정규배당에 더해 자사주 매입, 특별배당을 추가해 매년 10조 원을 웃도는 주주환원을 실행했다. 이 정책의 마지막 해인 올해 삼성전자의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이미 직전 2년간의 합산 영업이익을 추월했기에 주주환원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 30조 원 배당' 외 나머지 주주환원 방안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해 내년 1월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상 주주환원책 발표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번 초대형 발표가 이뤄진 뒤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거꾸로 움직였다. 발표 직후 첫 거래일인 24일 삼성전자 보통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70% 급락해 25만 7천 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선도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3분기 배당을 제외한 구체적인 환원 방식은 불확실하다는 점이 투심 냉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번 (주주환원책) 발표에서 올해 이후 시작되는 3개년 계획 등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던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시장은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새로운 3개년 정책을 포함한 내용을 듣기를 원할 것"이라고 짚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SK하이닉스와 달리 기존 주주환원 정책의 상향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를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가 작년부터 내년까지 3년 동안의 누적 'FCF 50% 범위 내'에서 주주환원을 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50% 이상'으로 바꾸는 등 구조적 환원 확대 방안을 밝혔던 점을 언급한 것이다.
특히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여력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그 배경에는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10%룰'이라는 규정이 자리한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주요주주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각각 8.51%·1.49%인데,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대규모로 소각하면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이들 기업의 지분율이 올라가게 된다. 금산법 24조는 같은 기업 집단에 속하는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0 이상을 소유하면서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될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기면 초과분을 사실상 처분해야 하기에, 대규모 소각에는 여러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삼성전자가 자사 보통주 약 7336만 주를 소각 결정했을 때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약 1조 4천억 원 규모의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처분했다.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금산법 10% 한도에 근접해 있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비중이 배당 대비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산법의 '10% 룰' 때문에 삼성전자가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먼저 발표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이 삼성전자 주주환원 정책의 불확실성에 단기적으로 반응하고는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과 맞물린 삼성전자의 실적 질주 전망은 유효하며, 내년 주주환원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내년 1월 삼성전자는 2029년까지의 차기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FCF의 50% 환원이라는 기존 정책을 차기 3개년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600조 원의 환원 재원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환원 규모가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