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인지' 경찰간부 뇌물사건…징역 10년서 집행유예로

2심, 핵심 6억대 뇌물수수 혐의 무죄 판단
"차명계좌 입증 부족"…1억 1천만원 금품수수는 유죄

황진환 기자

7억 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대폭 감형됐다. 핵심인 6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경무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억 1천만 원 추징을 명했다.

앞서 1심은 김 전 경무관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6억 원을 선고하고 7억 5천만여 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경무관은 당시 법정구속됐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크게 줄어든 건 핵심 혐의였던 6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김 전 경무관은 의류업체 대표 A씨로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6억여 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계좌가 김 전 경무관의 차명계좌라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해당 계좌를 어느 정도 관리하면서 일부 입출금 행위에 개입했다고 보이긴 한다"면서도 "계좌를 전적으로 관리하면서 오직 자신의 계산으로 입출금해 사용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로부터 신용카드와 전자제품 등 모두 1억 1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부분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공무원 직무에 관한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건넸다는 점까지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 부분에 적용된 뇌물 혐의는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A씨가 피고인에게 잘 보이면 어떤 도움을 받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를 가졌을 순 있다"면서도 "법리에 의하면 이런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점만으로는 알선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김 전 경무관의 금품 수수 자체에 대해서는 "고위 경찰 공무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하고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받아 4개 회계연도에 걸쳐 매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했다"며 "공직 청렴성과 그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위반해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경무관과 함께 기소된 A씨와 차명계좌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지인 등에 대해서는 공소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일반인을 직접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이 정한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A씨 등에 대한 공소는 공수처 검사가 기소권 없이 제기한 것으로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일부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공수처는 당초 김 전 경무관이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으로부터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수사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A씨로부터 별도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 범위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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