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아들 '해든이'(가명)를 무차별 폭행·학대하고 숨지게 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친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황진희 재판장)는 2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친모 A(34)씨에 대한 원심의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친부 B(36)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전남광주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둘째 아들 해든이의 머리와 팔·다리를 밟거나 침대에 내던지는 등 모두 19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22일에는 해든이가 분유를 먹은 뒤 토하자 욕실로 데려가 약 18분 동안 전신을 폭행하고 물을 틀어놓은 아기 욕조에 2~3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해든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몸에서 다수의 멍과 23곳의 골절, 뇌출혈과 복강 내 대량 출혈 등이 확인됐다.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끝에 입원 나흘 만에 숨졌으며 부검 결과 사인은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확인됐다.
친부 B씨는 A씨가 해든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막거나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와 사건 참고인을 상대로 보복성 협박을 한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경찰은 A씨 부부를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학대 정황이 드러나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4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을, B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검찰은 B씨의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에 대해 범행의 중대성과 반사회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무 잘못 없는 영유아를 잔혹한 신체적 학대의 대상으로 삼다가 생명마저 앗아갔다"며 지적했다.
다만 무기징역은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형인 만큼 교화 가능성과 범행의 계획성, 범행 이후 태도 등을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지속해서 해든이를 학대한 점에서 단순한 우발적 범행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전에 살해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범행 이후 119에 신고하고 응급처치를 한 점, 뒤늦게나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초범인 점 등을 감형 사유로 고려했다.
특히 "A씨가 장기간 수용생활을 통해 교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해야 할 객관적 사정이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감형했다.
반면 친부 B씨에 대해서는 원심인 징역 4년 6개월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학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도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해든이의 친부모에 대한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해당 책을 인용하며 '형벌에는 범죄자의 교화와 사회 복귀라는 의미도 있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황진희 재판장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많은 고심을 했다"며 "사건의 중대성, 잔혹성에도 영원히 사회와 격리되는 무기징역형은 교화 가능성이 있는 친모를 두고는 무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심각한 골절과 출혈, 지속적인 학대 정황이 확인됐는데도 살해 의도가 크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연약한 존재인 아이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다른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며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해 다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부의 징역 4년 6개월형이 유지된 데 대해서도 "학대 사실을 알고도 아이를 보호하지 않은 책임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