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증거'에도 무죄받은 LH 심사위원…문제는 압수수색 영장?

공정거래법 위반 압수수색 중 LH 심사위원 뇌물 정황 발견
검찰, 별도 영장 없이 보관해 수사 확대…2심 "증거능력 없어"
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LH 입찰 심사위원 무죄 확정

연합뉴스

뇌물 사건의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뇌물 혐의'로 발부 받은 영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법 위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던 중 발견한 증거를 뇌물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용역 입찰 심사위원 A씨와 B씨의 무죄를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1월 LH가 발주한 건설사업관리용역 입찰 과정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입찰에 참여한 경쟁업체 2곳으로부터 용역업체로 선정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7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B씨는 2천만 원을 건넨 업체에는 1등 점수를, 경쟁업체에는 3등 점수를 준 혐의로 기소됐다.

쟁점은 검찰이 이들의 뇌물 혐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확보한 과정이 적법했는지였다.

검찰은 당초 입찰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LH 외부 평가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한 자료와 '뇌물 공여·수수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을 발견했다.

검찰은 해당 자료에 대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보관했다. 이후 이를 토대로 LH 외부 평가위원들에 대한 뇌물 공여·수수 등 별개의 범죄 혐의로 수사를 확대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및 벌금 등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초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와 다른 범죄에 관한 자료를 발견했다면, 추가 영장을 발부받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별도 영장 없이 자료를 보관한 뒤 이를 토대로 뇌물 사건 수사까지 나아간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본질적으로 훼손한 위법행위라고 봤다.

이에 따라 입찰 심사평가 관련 서류와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확보한 2차 증거와 법정 진술 역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위법수집증거와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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