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하루는 이른 새벽 시작된다. 국회에 일찍 출근해 현안을 챙기는 김 대표의 일정에 맞춰 당도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늘부터 민주당은 매일 새로운 뉴스가 나간다"던 취임 일성처럼 김 대표는 취임 열흘 만에 당 조직과 제도, 민생, 홍보, 총선 준비, 범여권 통합까지 전방위로 손을 뻗었다.
김 대표가 띄운 당대표 직속 조직만 현재 10여 개에 이른다. 총선준비종합상황실을 비롯해 민주연구원 혁신TF, 민주당TV 추진TF, 정치제도개혁추진단, 불금정치 골목민생단, 대통합추진단, 전당대회 제도 개선TF, 당원정비TF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동됐다. 취임 이튿날 주요 당직 인선을 마쳤고, 의원들에게는 이미 "총선 선대위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라"며 조기 총선 체제로의 전환도 주문했다.
김 대표의 속도전에는 지금이 당을 바꿀 수 있는 '정치적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방선거 승리로 확보한 정치적 동력을 당 조직력과 장기적인 지지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향후 1년은 계파와 지역, 정당 간 이해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시간이다. 선거가 임박한 뒤 단기 연대에 나서는 대신 지금부터 범여권을 묶고 중도·합리적 보수까지 외연을 넓혀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의 판을 미리 짜겠다는 구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스스로 내건 '100일 공약'도 김 대표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김 대표는 당선되면 민주당 지지율의 하락세를 멈추고 3개월 뒤 10%포인트를 회복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직후에도 "약속한 모든 것을 다 지키겠다"고 재확인한 만큼 짧은 기간 안에 당의 변화를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잇따른 조직 신설과 메시지 정비, 민생 행보에는 단순한 업무 스타일을 넘어 자신이 내건 수치화된 공약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깔려 있는 셈이다.
당내 주도권을 조기에 확보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대표 직속 조직을 당의 주요 기능과 현안마다 배치하고 자체 미디어인 '민주당TV'를 강화하는 것은 흩어져 있던 당의 의제와 메시지를 대표 중심으로 모으는 작업이다. 최고위원회의 보안을 강조하고 의원들의 돌출 발언에 공개 경고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당과의 대화를 복원하고 범여권 통합에 직접 나선 행보에는 대립적 색채가 강했던 정청래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김민석표 민주당'을 빠르게 각인하려는 계산도 담겼다.
산적한 현안 역시 김 대표의 등을 떠미는 요인이다. 경찰개혁과 정치제도 개편, 당원 관리, 전당대회 제도 개선은 하나같이 당내 이견과 외부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과제다. 김 대표는 현안마다 별도의 실행 조직을 먼저 세워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성과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새벽형 당대표'는 단순한 업무 스타일이 아니라 높아진 기대와 복잡한 현안, 스스로 정한 '100일 시계'를 동시에 돌파하기 위한 정치 전략인 셈이다.
관건은 속도와 조율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다.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과정에서 친정청래계가 반발했고, 조국혁신당은 사전 협의 없는 연대분과 설치에 유감을 표했다. 회의 전 '단체 정중례' 구상도 내부 반발 끝에 접었다.
김 대표의 취임 열흘이 변화의 속도를 보여줬다면, 이제부터는 쏟아낸 구상들을 당내 갈등 없이 현실에 안착시키고, 이를 실제 지지율 상승과 정치적 성과로 이어가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