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가 AI 추론용 가속기인 '그록3 LPX'를 본격적으로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이 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칩인 LPU(언어처리장치) 제조를 맡고 있다. 빅테크들과의 접점 확대로 해당 사업부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장 기대도 커지는 기류다.
엔비디아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행사 '핫칩스 2026'에서 그록3 LPX의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가속기는 추론 전용 반도체인 언어처리장치(LPU)를 256개 묶어 캐비닛 크기의 랙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베라루빈'과 함께 작동하며 추론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때문에 코딩과 같은 에이전틱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초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추론은 AI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베라루빈과 그록3 LPX는) 세계적으로 AI 컴퓨팅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AI 처리량, 효율성, 응답성 측면에서 또 한 번의 획기적인 도약을 가능하게 한다"고 자평했다.
그록3 LPX의 핵심 구성품인 LPU의 제조를 담당하는 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다. 황 CEO는 지난 3월 자사 연례 기술 콘퍼런스인 GTC 2026 기조연설 과정에서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3 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 지금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르게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이 사실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시 "삼성에게 정말 감사하다. 우리는 그록 칩을 생산 중이며 올해 하반기, 아마 3분기쯤에는 출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테슬라와 애플, 구글, 브로드컴 등 글로벌 주요 빅테크사들과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앤트로픽의 자체 AI칩 생산 협업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가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첨단 파운드리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접점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3분기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의미있는 전환점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최근 단행된 15% 가격 인상과 4나노 LPU 양산 본격화 효과가 반영되면서 성과급 충당금 등의 비용을 제외할 경우 2022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고 최근 밝혔다.
한편 엔비디아는 엣지 AI에 최적화된 작고 효율적인 새로운 로보틱스 컴퓨터 '젯슨 오린 나노 2'도 이번에 공개했다. 엣지AI란 로봇 등 기기에 탑재돼 두뇌 역할을 하는 AI를 의미한다. 엔비디아 로보틱스·엣지 AI 부문 부사장 디푸 탈라는 "젯슨 오린 나노 2 컴퓨터는 스마트 드론·로봇·비전 AI 시스템에서 실시간 추론에 필요한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컴퓨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거나, 활용을 검토 중인 파트너사들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산업용 기계·장비제조사인 두산밥캣도 포함됐다.
엔비디아는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AI 산업의 대표 기업인 만큼, 그 결과는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